함안서 신라木簡 65점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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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남 함안군 가야읍 광정리 조남산(鳥南山·해발 1백39.4m)에 자리잡은 삼국시대 성곽 유적인 성산산성(城山山城·사적 제 67호)에서 6세기 중·후반의 신라시대 목간(木簡·사진) 65점이 한꺼번에 발굴됐다. 목간은 종이 대신 문자를 기록하는 데 사용하던 나무조각이다.

1992년 이래 이곳을 순차 발굴 중인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선태)는 15일 발굴현장에서 지도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공개했다.

이번 목간 출토는 단일 유적으로는 국내 최다량인데다 이중 무려 51점에서 묵글자가 확인 혹은 판독됨으로써 신라사를 중심으로 한 한국 고대사 연구에 일대 획을 그을 것으로 평가된다.

판독 결과 이번 성산산성 목간에서는 지명으로 추정되는 ▶仇利伐(구리벌)▶陽村(양촌)▶陳城(진성) 등이 읽히고 있으며, 인명으로는 ▶居利支(거리지)▶己兮支(기혜지) 등이 있다.

또 신라 관위(관직 등급) 이름으로는 중앙정부 관위인 경위(京位)에 대비해 지방관들에게 주던 관위인 외위(外位)에 속하는 ▶一尺(일척·9등급)▶一伐(일벌·8등급)이 있다. 稗石(패석)·稗(패·곡물의 일종인 피) 등의 글자가 확인되고 있는 것은 94년 출토 목간과 마찬가지다. 稗石은 '피 한 섬'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에 출토된 목간은 구리벌·양촌·진성 등지에 사는 거리지·기혜지라는 사람들에게서 군량미 명목 등으로 곡물(피)을 징발한 증거를 기록한 일종의 물품 꼬리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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