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江세력'… 권력기반 취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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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후진타오 당 총서기 내정자의 앞길은 평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권력의 정점에 섰지만 제약이 너무도 많은 탓이다. 자칫하면 '얼굴 마담'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다.

새로 짜인 권력 구도는 집단지도체제다. 과거 덩샤오핑 시대에도, 장쩌민(江澤民) 주석 시대에도 집단지도체제는 존재했다. 그러나 胡의 처지는 鄧이나 江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鄧은 당(黨)의 '오너'(소유주)였다. 江은 전문경영인이지만 오너에 버금가는 위세를 누렸다. 鄧의 후광이 있었기 때문이다. 胡의 경우 후광은커녕 앞으로 江의 측근들로부터 견제를 받게 될 입장이다.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확실시되는 쩡칭훙(曾慶紅) 전 조직부장은 江의 대리인이다. 우방궈(吳邦國)부총리·황쥐(黃菊)전 상하이(上海)시 서기·자칭린(賈慶林)전 베이징(北京)시 서기 등은 '상하이방(上海幇)'으로 불리는 江의 친위세력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胡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胡를 밀어내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역시 상무위원 진출이 유력한 원자바오(溫家寶)부총리와 뤄간(羅幹) 정법위원회 서기도 胡의 편은 아니다. 당·정·지방 간부의 인사권을 좌우하는 당 조직부장(허궈창·賀國强)과 당의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선전부장(류윈산·劉雲山) 등 상무위의 핵심 외곽세력도 江주석 인맥들이다.

상무위를 떠받치고 있는 정치국도 마찬가지다. 정치국에 젊은 지방 간부들이 대거 진입할 예정이지만 胡의 인맥으로 분류될 만한 인물들은 많지 않다. 여기에 내년 3월에 열리는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전인대 상무위원장·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영도급 자리들이 江주석 측 인물들로 메워질 경우 胡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권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江주석의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江주석이 曾 등 친위세력을 내세워 당을 실질적으로 장악한다는 것이다. 江주석이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계속 유지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胡가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무엇보다 당 총서기라는 직책은 권한이 막강하다.

胡가 자신의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등 외곽 조직을 앞세워 세력 규합에 나선다면 중국은 한바탕 권력투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경제도 문제다. 국유기업 개혁으로 길거리로 나앉게 된 수억명의 실업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소득이 줄어들 수억명 농민층의 불만 해소가 과제다.

중국에서 노동자·농민 문제는 소홀히 다뤘다간 정권이 무너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권력기반을 안정시키면서 경제적 난제들을 원만히 해결해야 胡의 장래도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kj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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