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공무원 징계 눈치보고 떠넘기고 지자체들 "다른 곳 하는 것 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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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행정자치부가 파업 공무원 5백91명을 징계하라고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한 데 대해 공무원들이 대통령선거 업무를 거부하겠다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징계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 정부와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 징계 수위와 시기를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자체 눈치 보기=징계 대상자가 1백92명으로 가장 많은 경남도의 경우 경징계 대상자 1백86명에 대해서는 해당 시·군에 명단을 통보하면서 "감봉 혹은 견책하라"고 떠넘겨놨다.

하지만 도 인사위원회에서 직접 결정해야 하는 중징계(정직·파면·해임) 이상 6명의 처리를 놓고 고민 중이다.

행자부는 이달 안에 처리하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대상자의 조서를 작성하는 데 열흘 가량 걸리고 내부 3명, 외부 4명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소집하는 데도 1주일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가장 많은 인원을 징계하는 경남도의 처리 결과를 다른 자치단체들이 주목하고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경남도의 경우 2000년 이후 공무원 집회·농성과 관련해 3명의 징계대상자가 정해졌지만, 해당 시·군에 징계요구만 해놓았을 뿐 실제 징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남·충북·강원도는 12일 시·군 부단체장 긴급회의를 열고 이달 말까지 징계를 마무리해 달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그러나 일선 시·군들은 공무원 노조의 반발 등을 감안, 다른 시·군의 처리 결과를 지켜본 뒤 보조를 맞춘다는 입장이다.

한편 집단 연가를 허용했던 울산 동구·북구는 행자부의 징계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공무원 반발=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는 "징계절차를 지켜본 뒤 추가 파업과 대통령선거 업무 거부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1백14명의 징계방침이 정해진 공무원노조 강원지역본부는 이날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직원과 시민들을 상대로 징계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지역공동대책위 등과 연대 투쟁을 벌이는 한편 징계 강행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징계위원회 자체를 열지 못하도록 실력으로 저지키로 했다.

지역본부 측은 시·군별 1인 시위와 천막농성 등의 항의방법도 계획하고 있다. 징계가 강행됐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강양희 공무원노조 동해시지부장은 "사법적인 처리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징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남지역 공직자들도 시·군별로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공동대책위를 구성, 시민 서명운동과 1인 릴레이 시위 등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공무원노조 순천지부는 징계가 이뤄질 경우 징계의 부당성을 알리는 ▶리본 패용▶점심 단식 투쟁▶침묵시위 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국팀

citiz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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