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 빌려 무선인터넷 콘텐트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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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정액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도 싼값에 무선 인터넷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유럽 등지에서 일반화한 선불 휴대전화 사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KT는 국내 최초의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MVNO란 이동통신사업자(MNO)의 네트워크를 빌려 음성 또는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이날 서비스를 시작한 ‘엔타즈’는 국내 최초의 MVNO 콘텐트 사업자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KT 망을 빌려 게임·만화·화보 등을 내려받을 수 있는 모바일 포털 ‘프리모바일타운’을 운영한다. 이 회사의 한강희 이사는 “MVNO는 콘텐트 사업자가 이통사에 도매가로 데이터 통화료를 지불한 뒤 직접 사업에 나서는 구조여서 좀 더 다양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전엔 이통사가 데이터 통화료를 가져가고, 정보이용료 또한 이통사와 콘텐트 업체가 나눠 갖는 형태였다.

지난주에는 역시 MVNO 사업자인 프리텔레콤과 에버그린모바일이 KT 망을 통해 선불 통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외국인 또는 통화를 적게 하는 고객을 주로 겨냥했다.

이정엽 프리텔레콤 대표는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고 외국인 전문 상담원도 배치해 맞춤 통신 서비스업체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

애초 정부가 MVNO 의무 제공 사업자로 지정한 곳은 SK텔레콤이다. 하지만 예비 MVNO들과 도매가 산정 기준을 놓고 논의가 길어지는 사이 KT가 선수를 친 셈이 됐다. KT의 곽봉군 상무는 “앞으로 데이터 통신, 특화 단말기, 새 유통망을 갖춘 MVNO 사업 파트너를 다양하게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와 통신업계는 좀 더 저렴하고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MVNO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나리 기자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주파수를 보유한 이동통신사업자(MNO)의 네트워크(망)를 도매가로 저렴하게 빌려 독자적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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