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공무원들 아이폰·블랙베리 사용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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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독일 정부가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공무원에게 스마트폰 아이폰·블랙베리 사용을 금지했다. 대신 ‘짐코2(Simko2)’라는 스마트폰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독일 내무부 대변인이 9일(현지시간) 밝혔다. 짐코2는 독일 정부가 제작을 지원하고 도이치텔레콤이 공급하는 스마트폰이다.

이런 조치는 정부의 정보보안 수준을 높이는 한편, 자국 내 통신정보 통제권을 확실히 거머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나라 토마스 데 메지에르 내무부 장관은 이날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통신망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 네트워크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고 스마트폰의 보안에 대한 공직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점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독일 연방 정보보안청은 이에 앞서 4일(현지시간) 애플 운영체제(OS)인 iOS에 대해 ‘보안상 큰 허점이 있으나 치료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사용자가 모바일 인터넷으로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악성코드가 숨겨진 PDF(인쇄물 형태의 화면) 파일을 열 경우 트래커(해킹 범죄자)가 비밀번호·e-메일 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프랑스·한국 등 각국 정부와 세계적 보안업체들이 아이폰 보안 문제를 잇따라 경고하고 나섰다.

메지에르 장관은 아울러 블랙베리를 만드는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 림)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블랙베리의 인프라는 그 회사만의 갇힌 시스템”이라며 “그러나 통신망에 대한 접속 표준은 사기업이 아닌 정부에 의해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베리에는 ‘엔드투엔드(End to end)’라는 강력한 보안 기능이 있다. 이에 따라 블랙베리에서 전송되는 메시지는 각국 이동통신회사의 서버가 아닌 림 자체의 서버를 통해 암호화된 뒤 재전송된다. 그런 만큼 자국 내에서 누군가 블랙베리폰을 통해 의심스러운 통화를 하더라도 해당국에서는 그 내용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국가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로 ‘블랙베리 퇴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유럽연합위원회(EC)는 독일에 앞서 업무용 표준 휴대전화에서 블랙베리를 제외한 바 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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