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사건 날 때마다 왜 알 카에다가 배후라고 하나요 세계 곳곳 테러단체에 돈·무기 대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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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11 테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발리에서 또다시 폭탄테러 사건이 터지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인질사건이 일어나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처럼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늘 알 카에다란 단체가 사건의 배후로 거명되는 것을 들어보았을 겁니다. 이번주 틴틴월드의 주제는 알 카에다의 모든 것입니다.

1.알 카에다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알 카에다의 뿌리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79년 소련이 이슬람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을 무력으로 점령하자 세계 각지의 이슬람 신도들이 이교도인 소련군을 몰아내기 위해 자원병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모여들었죠. 이들을 무자헤딘('전사(戰士)'란 뜻의 아랍어)이라 부른답니다.

당시 20대 청년으로 어마어마한 재산가이던 오사마 빈 라덴도 이때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파키스탄으로 가서 무자헤딘을 모집해 훈련시키고 자금과 무기를 공급하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일종의 신병훈련소였던 셈이죠. 빈 라덴은 89년 소련군이 물러나면서 전쟁이 끝나게 되자 자신이 모집하고 훈련시킨 무자헤딘들을 모아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각자 자기 나라로 되돌아간 무자헤딘들을 통해 '이슬람 원리주의'를 본격적으로 퍼뜨리자는 의도에서였죠.

이 조직의 이름이 '기지(基地)'란 뜻의 알 카에다가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랍니다.

당시만 해도 빈 라덴은 이슬람 사회에서 소련과 맞서 싸운 영웅으로 대접받았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가 알 카에다에 가입했습니다. 또 알 카에다는 처음엔 전사한 무자헤딘의 유족을 경제적으로 돕는 활동을 했기 때문에 많은 이슬람 교도로부터 칭송을 받았다고도 해요.

2.이슬람 원리주의를 퍼뜨리기 위해 알 카에다를 만들었다는 얘기군요. 이슬람 원리주의가 뭔가요.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신봉하는 이슬람교는 7세기 아라비아반도에서 예언자 모하메드가 창시한 종교입니다. 이슬람 원리주의는 마호메트의 말씀인 코란을 비롯한 경전의 가르침을 절대적으로 따르면서 그에 맞게 정치와 사회제도 전체를 바꾸려는 운동을 뜻합니다.

초창기 이슬람 사회에선 종교 지도자가 정치에서도 최고의 권력을 갖고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들은 철저히 계율을 따르며 살았죠. 이를 '정교일치(政敎一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슬람교가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오는 동안 기독교를 비롯한 외부 문명의 영향으로 이슬람 사회가 심하게 타락했다는 것이 원리주의자들의 주장입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다른 종교와 사상·체제를 배격하고 코란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죠.

문제는 원리주의자들 가운데 자신들의 종교적 이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테러나 무장투쟁 등 폭력을 사용하는 과격단체가 많다는 겁니다. 물론 점진적인 사회개혁과 포교활동을 통해 이슬람 공동체를 건설하자는 온건파 원리주의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3.알 카에다 조직의 규모는 어떻게 되죠? 그리고 운영 자금은 어디서 나오나요?

지난해 9·11 테러 직전까지 적게는 55개국에서 많게는 70개국에 알 카에다의 조직이 침투해 있었던 것으로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과 영국에도 조직원들이 있다고 해요. 또 지난달 모스크바 인질극을 일으킨 사람들의 고향인 체첸공화국은 오래 전부터 알 카에다의 활동무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요. 조직원 숫자가 1만명까지 된다는 통계도 있고요.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들 모두를 알 카에다라 할 수는 없습니다. 이들이 빈 라덴으로부터 직접 지휘를 받거나 훈련을 받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세계 각국의 원리주의 단체 가운데 상당수가 알 카에다와 직·간접으로 연계를 맺고 또 상당수는 알 카에다 본부로부터 자금이나 무기·훈련시설 등을 지원받으면서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알 카에다를 꼭지점으로 하는 국제적인 테러 네트워크가 느슨하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죠.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부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많은 데다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수단 등지에서 건설업을 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또 이 돈을 알 카에다 자금으로 쓰기 위해 세계 각국의 비밀계좌에 분산시켜 두었다고 해요. 또 세계 각국의 이슬람 단체들이 신도들로부터 거둬들인 기부금 가운데 상당액을 알 카에다 운영비로 송금하고 있는데 그 액수가 해마다 6억달러(약 7천2백억원)정도라고 합니다.

4.알 카에다는 주로 미국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93년의 뉴욕 세계무역센터 지하 주차장 폭탄테러나 98년 탄자니아·케냐 주재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 98년 예멘에서의 미국 군함 콜호 폭파사건과 지난해 9·11 테러 등 알 카에다가 일으킨 대표적 테러 사건은 거의 모두가 미국을 공격한 것이죠. 이는 기본적으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미국이 이슬람교를 억압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빈 라덴은 두가지 이유를 말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이슬람교의 발상지이자 성지(聖地)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 근처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슬람 신도 가운데 상당수는 이를 '참을 수 없는 모독'으로 받아들이고 있죠. 미국은 91년 걸프전 때 이라크와의 전쟁을 위해 인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군을 보냈고, 지금까지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아랍인들이 살던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이 들어와 이스라엘을 건국하고 전쟁을 벌여 이슬람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을 차지한 데 이어 지금까지 군사력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탄압하는 것은 미국이 경제·군사·외교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한 결과라는 것이죠.

이슬람 원리주의자 가운데엔 "미국 상품을 사면 그 돈이 이스라엘로 들어가 결국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는 데 사용된다"며 미국 상품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5.9·11 테러 이후 알 카에다 조직이 한동안 움츠러들었다가 최근 다시 활동에 들어갔다는데 사실인가요?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알 카에다 지휘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하부조직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조짐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올 4월께부터 튀니지·파키스탄·예멘 등지에서 잇따라 테러가 일어났고요.

동남아 지역에서도 올해 초 싱가포르의 미국 대사관 폭파계획이 사전에 발각된 것을 비롯해 테러리스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답니다.

지난달 발리에서 일어난 나이트클럽 폭탄테러는 그러한 과정에서 터진 것이죠. 최근에는 알 카에다가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끝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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