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순익 100억달러 클럽'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삼성전자가 연간 순이익 1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순이익 100억달러가 넘는 기업은 2003년 전 세계에서 9개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통신.석유화학.금융사 등을 제외하면 순수 제조업체로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유일했다. 아직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남아 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도 10위권에는 들 것으로 보인다.

◆ '100억달러 클럽' 가입=삼성전자는 14일 지난해 연간 매출 57조6324억원, 영업이익 12조169억원, 순익 10조7867억원(103억달러)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실적은 2003년보다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67%, 순익은 81% 늘어난 것이다. 수출은 전년보다 40% 늘어난 416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런 실적을 하루치로 평균하면 매일 1574억원어치의 제품을 팔아 이중 294억원을 순수하게 남긴 셈이다.

삼성전자 IR담당 주우식 전무는 "특별보너스로 책정돼 이익에서 빠진 7000억원을 합할 경우 올해 전체 순익 기준으로 5위권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3년의 경우 미국의 장거리통신업체 MCI가 222억달러, 엑손모빌이 215억달러의 순이익으로 1, 2위를 차지했고 도요타는 102억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4분기만을 놓고 보면 3분기에 시작된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세가 더 깊어졌다. 4분기엔 매출 13조8953억원, 영업이익 1조5326억원, 순익 1조8254억원을 기록해 3분기에 비해 각각 3.1%, 44.1%, 32.1% 줄었다.

삼성전자 측은 "LCD 판매가격 하락, 정보통신기기 업체 간 경쟁 격화, 내수침체, 환율 등 외부요인이 겹쳐 분기 이익 규모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주우식 전무는 "올해는 반도체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통신부문도 매출.판매량.평균판매가가 모두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며, LCD도 하반기 들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 목표를 58조7000억원으로 잡았으며, 시설투자와 R&D투자에 모두 15조6700억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 반도체 선전, LCD 고전=사업부문별로는 반도체가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는 반면, LCD는 패널가격 하락으로 3분기 이후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4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대표 사업의 위상을 지켰다. 반면 LCD는 4분기에 전분기 대비 매출은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97%나 줄어들면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통신부문도 연말 재고 조정을 위한 물량조절 및 해외사업자들과의 전략적 관계 강화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3세대(3G) 시장에 대비한 R&D 비용 증가로 3분기에 비해 매출 및 이익이 줄었다. 디지털미디어와 생활가전 부문은 내수 부진 등으로 올해 적자를 기록했다.한편 삼성전자는 주주이익 등을 위해 올해 2조원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