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도로 정보 바로바로 알려주는 일꾼 - 내비게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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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고급 승용차에만 장착되던 카내비게이션 시스템 대신 휴대전화·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의 모바일 기기로 손쉽게 길 안내를 받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2백만원이 넘는 본격적인 카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적은 비용으로 간단한 시스템만 추가로 장착하면 휴대전화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길안내는 기존 내비게이션 시스템처럼 지구상에 떠 있는 24개의 위치확인용 위성으로부터 받은 정보와 함께 실시간 교통정보 등을 휴대전화 등을 통해 가입자들에게 알려주는 서비스. 전용 단말기를 자동차에 아예 장착하는 텔레매틱스(★)와 평소 휴대전화 등으로 사용하다 필요할 경우에만 서비스 받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SK텔레콤이 휴대전화로 모바일 길 안내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텔레매틱스는 자동차회사 등에서 다양하게 서비스를 개발 중이거나 일부 서비스하고 있다.

SKT 측은 "기존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최단거리만 알려주는 것과 달리 모바일 길안내 서비스는 교통량까지 감안해 최적 거리를 알려 주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휴대전화 서비스 업체들은 "모바일 길 안내 서비스가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대중화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서비스 개발 및 회원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평소엔 휴대전화, 운전할 땐 내비게이터=휴대전화를 이용한 길 안내 서비스 중 대표적인 것은 SK텔레콤의 '네이트 드라이브'. 50만원 내외의 전용 휴대전화와 차량 내에 설치된 위성위치확인(GPS) 수신기와 데이터저장장치 등 단말기 세트를 통해 현재 차량 위치를 기반으로 길 안내뿐 아니라 생활정보·긴급구조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시스템 장착 후 '원하는 시·도'와 '최종 목적지'를 묻는 질문에 '서울·교보문고' 등으로 대답하면 안내 시스템이 작동한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목적지까지의 교통 상황이 반영된 데이터를 내려받아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이후 음성과 휴대전화 화면 그래픽으로 진행 방향을 알려준다.

네이트 드라이브 중앙센터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전국의 3.5m 이상 모든 도로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이면도로까지 자세히 안내해 준다. 도로·운행통제 정보는 외부로부터 받거나 현지 실사 등을 통해 계속 업데이트된다.

길안내 서비스를 받는 중에도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다. 통화가 끝나면 길 안내 상태로 복귀되고,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는 이에 맞춰 다시 안내해 준다.

PDA를 이용한 길 안내 서비스도 인기다. 교통정보 제공업체 팅크웨어는 PDA를 이용한 길 안내 시스템 '아이나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설치비는 PDA 가격을 포함해 1백만원선. PDA 내 메모리 카드에 지도정보를 내장해 GPS 시스템과 연계해 길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이외 나브텍㈜는 '인조이맵모티', 지오앤 스페이스사는 '포켓 나비'란 이름으로 PDA 길 안내 서비스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매달 가입자가 수천명씩 늘어 10월 말 현재 6만여명이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료는 월 정액 9천원(월 8회 음성안내)과 2만원(음성 안내 무제한) 두 종류며, 휴대전화 요금은 별도로 내야 한다. 이용 가능한 휴대전화는 현재 4개 기종으로 연내 10여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PDA를 이용한 시스템도 선보일 예정이다.

◇상담원과 통화하며 길 안내 받는다=KTF도 휴대전화 기능을 갖춘 길 안내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LG텔레콤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두 회사의 서비스는 텔레매틱스 방식으로, SKT 서비스와 달리 휴대전화가 탈착식이 아니라 내장형이어서 자동차 안에서만 통화할 수 있다.

KTF는 대우자동차와 공동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교통·안전·보안 등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드림넷'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자동차를 살 때 옵션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가격은 1백만원 선. 중앙관제센터와의 연결을 통해 상담원과 통화하면서 각종 정보를 얻는 방식이다. 서비스 이용료는 월 1만8천원이고 휴대전화 기본료 1만5천7백원. 개별 통화당 요금은 별도다. 길 안내뿐 아니라 ▶차량사고 발생시 GPS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차량의 위치를 파악해 가까운 112·119에 신고해 주고▶전국 주유소·음식점·관공서 정보도 제공한다.

LG텔레콤은 현대·기아자동차와 제휴, 019 시스템을 이용한 차량 정보안내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KTF와 비슷한 상담원 연결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운전시 최단거리 안내뿐 아니라 음식점 등 각종 정보도 알려준다. 법인기술 지원담당 이순규 부장은 "휴대전화의 화면이 작은 단점을 보완해 PDA보다 다소 큰 화면을 사용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께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은 개선해야=네이트 드라이브는 주요 건물을 통해 길 안내를 한다. 하지만 아직 '지번 입력'을 통한 길 안내가 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전국 40여만개의 주요 건물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어 원하는 곳 대부분을 찾아 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일부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제공받는 교통상황은 지리정보를 내려받는 시점에서의 정보여서 운전 중 달라진 교통상황을 원할 경우 다시 한번 내려받아야 한다.

KTF 등의 상담원을 통한 길 안내는 계속 발생하는 통화요금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데다 휴대전화가 내장형이어서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다.

SK텔레콤 신규 포털 사업본부 박환제 대리는 "계속해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 통화요금이 많이 나올 우려가 있어 강제로 정보를 내보내지는 않고 있으며 자주 가는 곳은 개별적으로 '즐겨찾기'에 등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최종 목적지를 말씀해 주세요"… "신안면 사무소"

"9백m 앞 고가도로 옆 길"… "2백m 앞에서 좌회전"…

주부 강윤진(28·서울 행당동)씨는 요즘 휴대전화를 이용한 길안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명절때 시댁(경상남도 산청군 신안면)을 찾아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됐다. 평소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바꾸면 교차로 등이 나와도 몇 백 m 앞에서부터 음성 안내를 받을 수 있어 모르는 길이 나와도 길잃을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강씨는 "명절 때 시댁까지 10시간 이상 걸리지만 길을 잘 몰라 그동안 남편에게 운전을 맡겼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텔레매틱스(Telematics)는 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과학(Informatics)의 합성어예요. 이동통신 및 위성을 이용한 위치측정기술, 첨단 지리 정보시스템을 자동차에 접목해 차량사고나 도난감지, 운전경로 안내, 교통 및 각종 생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는 종합 서비스 시스템을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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