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근 일병 사망일 오발 없었다" 의문사위 발표 국방부 뒤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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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84년 4월 2일 군부대에서 숨져 자살로 처리됐다가 최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타살 의혹이 제기된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 국방부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는 조사 결과를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러나 진상규명위는 국방부의 조사 결과를 반박해 이 사건의 진상을 놓고 자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국방부와 타살로 발표한 진상규명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국방부=국방부 특별조사단(단장 정수성 육군중장)은 29일 "의문사진상규명위가 盧모 중사의 총기 오발로 許일병이 사망했다고 한 날의 오전 2∼4시에 중대 내무반에 있던 10명 중 全모 상병을 제외한 9명 모두가 '총기 오발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특조단은 "당시 중사 盧씨를 포함한 중대 본부 요원 5명에 대해 거짓말 탐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진실 반응을 확인했다"면서 "진상규명위 조사 때 '오발 사고를 목격했다'고 한 당시 상병 全씨를 수차례 접촉했으나 진술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무반에서 총기 오발 사고와 관련된 진술은 全씨가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고, 진상규명위 조사관이 추리를 전개하자 동조하는 형태로 이뤄진 것"이라며 "그동안의 조사 결과 全씨의 진술은 허위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특조단은 허위로 판단한 근거로 ▶全씨는 진상규명위 1차 진술에서 '사고 당일 아침 許일병을 보았다'고 밝히는 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만약 許일병이 총에 맞아 피를 흘렸을 경우 영하 5도의 온도에서 7∼8시간 생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진상규명위가 대대장 운전병과 대대 통신병 등의 진술을 근거로 사고 당일 새벽 許일병 사고현장에 대대장과 보안대 하사가 갔다고 밝힌 데 대해선 "중대본부 요원 10명 중 9명은 본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진상규명위=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국방부 발표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특조단은 위원회가 다른 중대원들의 진술을 무시하고 全씨 한 사람의 진술만을 바탕으로 許일병이 타살됐다는 결론을 내린 것처럼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진상규명위는 "위원회의 결론은 인근 소초 사병들과 상급 대대·연대의 부대원 등 여러 참고인들의 진술을 종합 판단해 내린 것으로, 이해 당사자인 중대원들의 진술만을 근거로 삼고 있는 특조단의 조사 결과보다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특조단이 강압적으로 위원회에서 진술한 내용을 번복할 것을 요구했다"는 金모씨 등 참고인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이철희·남궁욱 기자

ch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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