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0뛰는대선후보들]盧 EU상공회의소서 영어 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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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일은 대선 'D-50일'이다. 최근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가 선두를 고수하면서 2위 정몽준(鄭夢準·국민통합21)의원과의 차이를 벌리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는 조만간 鄭의원을 따라잡고, 이를 바탕으로 李후보와 대립각을 세워 막판 뒤집기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鄭의원은 11월 초 창당을 계기로 지지도 회복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후보들은 1분 1초를 아껴 유권자의 마음잡기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29일 주한 EU상공회의소에서 영어로 연설했다.

盧후보는 한번도 미국을 다녀온 적이 없고, "반미(反美)면 어떠냐"는 발언으로 구설에도 올랐었다. 그러나 반미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영어연설에 나선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강연 후엔 취약지인 충청권도 공략했다.

그는 청주에서 가진 시민과의 대화에서 한총련 문제와 관련해 "정치상황과 남북관계 등을 고려할 때 저명한 학생단체를 굳이 이적단체로 다뤄야 할 수준은 아니다"며 "대화로써 이 문제를 풀어내겠다"고 말했다.

영어강연에선 "시장을 자유롭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재벌을 개혁하고, 외국인 투자환경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로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쌓은 실력이라 능숙한 연설은 아니었다. 읽다가 "음"하는 신음도 냈고, 넘버(number)를 '멤버'(member)로 잘못 읽는 실수도 범했다.

우리말로 한 질의응답에선 북핵과 관련해 북한의 의도를 묻는 질문에 "뱃속에 든 아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는 것만치 어렵지만 부시 대통령 당선 이후 북·미 문제가 풀릴 가능성이 없자 뭔가 새로운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겠느냐"고 답변했다. 강연 후 盧후보는 "아이구,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세균(丁世均)의원은 "첫 영어연설치곤 합격점"이라고 했고, 천정배(千正培)의원은 "발음이 경상도식이더라"고 평했다.

강민석 기자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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