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와 영화의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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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와 영화? 둘 사이에는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BMW가 BMW 필름(www.bmwfilms.com)이라는 자회사를 두고 영화를 제작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잠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BMW 필름은 지난해 이맘때쯤 5∼10분 길이의 단편영화 다섯편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전세계 영화 매니어와 자동차 업계 관계자, 그리고 광고업계 종사자를 놀라게 만들었다. '더 하이어(The Hire)'라는 제목의 이 영화들은 BMW의 최신형 자동차를 소재로 한 일종의 광고 영화 시리즈였다. 그러나 광고 영화라고 해서 30초짜리 CF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한편 한편이 할리우드 영화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스케일과 액션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총제작을 담당한 데이비드 핀처('세븐'의 감독)는 최고의 감독들을 참여시키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와호장룡'의 리안(李安), '스내치'의 가이 리치, '아모레스 페로스'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화양연화'의 왕자웨이 감독 등 이른바 '드림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언론에선 BMW의 새로운 시도를 대대적으로 기사화했고 무려 1천4백만명에 이르는 네티즌이 영화를 보았다.

약 1년이 흐른 지난 24일. BMW 필름은 새로운 단편영화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특히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이자 흥행감독들로 꼽히는 토니 스콧과 리들리 스콧 형제가 제작을 맡았다는 사실은 영화애호가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더욱 놀라운 건 지난해 시리즈에 뒤지지 않는 감독의 면면이다. 예정된 세 개의 단편 중 가장 먼저 공개된 '호스티지(Hostage)'는 우위썬(吳宇森)이, 다음달 7일 공개할 '티커(Ticker)'는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배출된 신예 감독 조 캐너헌이, 그리고 다음달 21일 공개되는 '비트 더 데블(Beat the Devil)'은 토니 스콧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이처럼 BMW가 저명한 감독들을 끌어모아 광고성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BMW의 주고객층에 접근하는 통로로는 인터넷이 TV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TV광고를 피해갈 수 있는 '티보(TiVo)' 등의 서비스가 개발되면서 TV광고의 효과가 예전보다 크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제작비가 CF보다 많이 들긴 해도 시선을 훨씬 많이 끌 수 있고 배포하는 데도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인터넷 영화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BMW의 실험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끌 게 분명하다.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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