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률 20년만에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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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사회 초년생인 20대 후반과 30대 전반인 사람들의 저축률이 갈수록 떨어져 전체 저축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국민이 올 상반기에 벌어들인 소득 중 저축한 금액의 비중인 저축률이 26.9%로 1982년(24.9%)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88년의 최고치(40.5%)에 비해 13.6%포인트나 떨어진 것.

저축률을 연령별로 보면 25∼29세의 경우 지난 97년 34.1%에서 올 상반기엔 23.9%로 10.2%포인트 급감했다. 또 30∼34세 연령층도 같은 기간에 32.4%에서 24.4%로 8.0%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비해 40∼44세는 25.9%에서 23.9%로 2.0%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고, 50∼54세는 24.2%에서 25.0%로 오히려 0.8%포인트 높아졌다.

또 저소득층(소득 하위 30% 인구)의 저축률이 고소득층(상위 30%)에 비해 급속히 떨어져 계층간 소득격차의 확대를 반영했다.

저소득층의 저축률은 올 상반기에 -3.4%로 소득보다 소비가 많았다.

99년 -4.9%였던 저소득층 저축률은 2000년 -2.0% 축소됐다가 다시 악화된 것이다.

반면 고소득층 저축률은 99년 36.3%에서 2000년 34.4%로 떨어졌다가 올 상반기엔 36.1%로 다시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저축률 차이는 계속 확대돼 올 상반기 39.5%포인트에 이르렀다.

저축률 하락은 주택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내집 마련을 위한 저축의 필요성이 줄었고, 금리가 떨어지면서 언제라도 돈을 빌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젊은층이 주택 소유보다는 레저를 선호하고 신용카드를 많이 쓰면서 이들의 저축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소득 계층별로 저축률 격차가 커지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저축을 통한 투자 재원이 확충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불건전한 소비풍조를 없애는 한편 중·저소득층의 재산형성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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