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 닮았다네요 … 네 줄짜리 꼬마 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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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양재동의 한 연습실. 파도소리를 닮은 듯한 맑은 음색이 들려온다. 국내 유일의 우쿨렐레 악단인 ‘베누스토 앙상블’의 합주소리다. 이 앙상블은 이태 전 하와이 민속악기인 우쿨렐레의 독특한 음색에 빠져든 이들이 꾸렸다. 교사·변리사·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을 지닌 순수 아마추어 연주자들이지만, 현재 각종 지역 페스티벌에 초대 받을 정도로 연주 실력이 부쩍 자랐다. 단원 양희영(36)씨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손쉽게 악기를 배우고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우쿨렐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우쿨렐레 밴드 ‘우쿨렐레 피크닉’. 이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밴드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왼쪽부터 조태준·계피(보컬)·이병훈. [김경빈 기자]

우쿨렐레 열풍이 불고 있다. 4줄짜리 ‘미니 기타’ 모양의 이 현악기는 비교적 연주법이 간단하고, 휴대하기가 편하다는 게 특징이다. 주 5일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여가를 활용하려는 직장인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배우기 간편한 우쿨렐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사실 우쿨렐레는 서양에선 인기 악기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 워렌버핏이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 때마다 이 악기를 연주해 화제를 모았고, 하와이 출신인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우쿨렐레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2~3년 전부터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애호가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회원 수가 6000명에서 9000명에 이르는 다양한 동호회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 우쿨렐레 연주법과 연주 동영상 등을 올리며 정보를 교환하고, 비정기적으로 연주회도 열고 있다.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500명을 웃돌 정도로 인기다.

우쿨렐레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악기 판매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우쿨렐레 제조업체 세고비아는 올 2분기에만 1130대의 우쿨렐레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우쿨렐레 전문샵 ‘위키위키’ 고종의 대표는 “올해 전반기 매출은 작년 후반기에 비해 34.5%나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편이다. 위키위키에 따르면, 우쿨렐레 구매 고객의 65%가 여성이었다. 고 대표는 “나일론 재질의 줄이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잡기에 편하고 작고 앙증맞은 디자인 덕분에 여성들이 우쿨렐레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글=정강현 기자·안동훈 인턴기자(명지대 디지털미디어 3학년)
사진=김경빈 기자

◆우쿨렐레(Ukulele)=미국 하와이의 민속악기. 원주민의 언어로 ‘벼룩(Uke)이 뛴다(lele)’는 뜻이다. 코아라는 나무로 만들어진 몸통에 4개의 줄이 달린 현악기다. 길이는 50㎝정도. 가격은 수 만원부터 5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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