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영화광… 포스터 몰래 뜯다 혼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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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그룹웨어 및 보안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한국정보공학 재무기획실 김용범(34·사진) 과장. 그는 회사에서 못말리는 영화광이다. 그의 집 작은 방에는 1천여건의 영화관련 자료들이 있다. 영화 포스터·스틸 사진·팸플릿 등이다. 아내는 방이 비좁다며 버리라고 아우성이지만 그에게는 어릴 적 추억이 담겨 있는 소중한 것들이다.

"이 방에 있는 영화 관련 포스터는 제 꿈의 상징이에요."

그가 영화 포스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시절. 영화 보기를 좋아하다 기념으로 포스터를 챙긴 것이 취미가 됐다.

지금은 구하기도 어려운 '로보트 태권 브이' 같은 포스터는 초등학생 때 확보한 것이다.

"친구 책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얻은 포스터도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영화포스터 수집에 나섰다.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무역학과에 진학한 뒤에도 영화에 빠져 살았다.

맘에 드는 포스터를 보면 영화사를 찾아가서라도 구했다. 귀한 것을 구할 때에는 주머니를 털었다.

지금은 없어진 서울 남영동에 있던 극장에서는 포스터를 몰래 뜯어오다 들켜 혼이 났다. 하지만 이 인연으로 극장 주인은 신작이 상영될 때마다 그에게 포스터를 주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램버트 주연의 '시실리안'이나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버드'같은 메시지가 강한 영화의 포스터를 가장 아낀다. 한석규와 알 파치노·주윤발을 좋아해 이들이 나온 영화의 포스터는 몽땅 갖고 있다.

"대학에 다닐 때 동아리방을 빌려 전시회를 열었어요. 그때의 감격을 잊지 못합니다. 은퇴하면 소극장을 만들어서 보고 싶은 영화를 즐기고 포스터도 전시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김종윤 기자 yoo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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