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립스틱·딱딱한 파우더 …깜찍한 발상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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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1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1층에 있는 미국계 화장품 바비브라운 매장. 두세명의 여성 고객이 볼펜처럼 생긴 튜브로 된 립스틱을 입술에 발라본 뒤 한두개씩 구입해 가방에 넣었다. 이들이 자리를 뜨기가 무섭게 다른 여성 고객도 이 튜브형 립스틱을 사갔다.

립스틱은 막대기 모양으로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액체가 튜브에 들어 있어 입술에 짜서 바르는 제품이 신세대 여성들에게 인기다.

액체로 된 립스틱,딱딱한 파운데이션,고체로 된 파우더….

바쁜 아침에 화장 시간을 줄이려는 직장여성들을 겨냥한 발상의 전환이다. 한가지 제품을 여러 용도로 쓰려는 알뜰족을 겨냥해 틈새를 파고드는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제품의 재질을 바꾸고 여러 기능을 한데 묶는 변형을 시도했는데 인기가 급상승하는 바람에 아예 주력이 된 제품도 있다. 립스틱은 액체형이 인기몰이를 하는 반면 색조화장품 파우더는 딱딱한 스틱형이 인기를 노리고 있다.

이에 따라 랑콤·맥·바비브라운·샤넬 등 외국 유명 화장품업체에서 액체형 립스틱을 선보이고 있으며 태평양·피어리스·도도 등 국내업체도 잇따라 액체형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피어리스의 '피어틴트'는 입술에 엷은 색을 입혀 아침에 바른 색감을 하루 종일 유지시켜 주며 라네즈 '리퀴드 루즈'는 립스틱의 컬러와 립그로스의 반짝임을 동시에 표현해 히트했다. 국내 액체형 제품의 경우 1만5천∼2만원으로 스틱형보다 10∼20% 비싸다.

파우더는 가루가 아닌 고체형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마리끌레르는 가루가 날려 귀찮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체형 파우더 '파인피트 프레스트'를 선보인 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회사 마케팅팀의 김경선 차장은 "기존의 파우더는 가루날림이 많고 쉽게 건조해지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이 제품을 내놓은 뒤 이용자가 크게 늘어 고체형 파우더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체형 파우더는 이 회사 파우더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 품목이 됐다.

아이섀도 등 색조화장품의 경우 대부분 가루 형태에서 요즘에는 크림·액체 형태로 다양화하고 있다. 아이섀도의 경우 가루 형태여서 붓(블러시)으로 바를 수 있게 돼 있었으나 요즘에는 크림형이 나와 일반 로션처럼 손으로 찍어 바를 수 있다.

특히 이들 제품은 눈 위뿐만 아니라 입술이나 볼에도 바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코스메 테코르테의 '인튜이스 젤리 아이글로스'는 눈 주위뿐 아니라 목·팔 등에도 바를 수 있다. 기존의 아이섀도 제품보다 15∼20% 비싼 2만∼3만원대가 대부분이지만 예전에는 눈·볼 등을 화장하기 위해 2∼3개의 화장품을 사던 불편함을 덜 수 있어 인기다.

액체형이 대부분이던 파운데이션 시장에도 휴대의 간편성을 앞세운 고체형 제품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이라이너는 액체형에서 젤 형태로 바뀐 제품이 나오고 있으며 피부관리용 팩은 얼굴에 바른 뒤 씻지 않고 피부를 비벼서 벗기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여러 기능이 하나의 제품으로 통합된 제품도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하고 있다. 바비브라운은 스킨·로션·크림·에센스 등 4개의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통합한 '인텐시브 스킨 서플리먼트'를 최근 선보였다. 이 제품의 가격은 9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바비브라운 매장에서 기초화장품 중 매출 상위에 오를 정도로 성공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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