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 컴퓨터= 백색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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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백색가전이 살아나고 있다.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같은 대형 고가제품으로 주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삼림욕 에어컨과 물걸레 청소기, 살균 세탁기 등 기능성 제품들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김치냉장고가 히트하면서 화장품 전용·와인 전용·반찬 전용 냉장고들이 줄줄이 선보이고, 아기옷 전용 세탁기 같은 틈새제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한동안 인터넷과 디지털 바람이 확산되면서 가족들은 PC와 TV 앞으로만 몰려들었고, 정작 생활필수품인 백색가전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설움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요 고객인 주부와 예비신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백색가전은 가정의 중심이라는 위상과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다. 국내기업이 생활가전의 통합 브랜드로 내세운 '하우젠(집의 중심이라는 뜻)'에서도 그러한 느낌이 묻어 난다. TV나 냉장고·세탁기 등 제품별로 별도의 브랜드를 사용해 통일된 이미지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처럼 통합 브랜드를 붙임으로써 새로운 제품과 기능을 추가할 여지가 확보되고,홈네트워킹 등으로 각 제품들이 연결될 경우에도 공통의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세계 최대의 가전메이커인 월풀도 최근 '패밀리 스튜디오'라는 새로운 컨셉트를 도입해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마저 바꿔 놓으려 한다. 패밀리 스튜디오란 세탁실과 가족의 생활공간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을 의미한다. 지하실이나 집안 구석에 위치하게 마련인 세탁실을 보다 개방된 공간으로 끌어내 의류관리는 물론 공부방이나 가족실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방에는 세탁기는 물론 손세탁 전용 싱크대,건조기,드라이기,주름 및 악취제거기 등 다양한 의류관리용(fabric care)가전제품들이 마치 인테리어 가구처럼 들어서게 된다.

백색가전은 이제 더이상 '흰색'이 아니다. 삼원색을 그대로 드러낼 만큼 색상도 과감하고 다양해진 데다, 새로운 컨셉트를 도입함으로써 산업의 경계를 스스로 확장하고 있다. 조만간 보급될 홈네트워킹을 두고 PC와 디지털TV가 게이트웨이의 자리를 다투고 있지만 백색가전도 빠질 이유가 없다. 특히 냉장고는 24시간 전원이 켜져 있는 데다 널찍한 문짝이 디스플레이로도 안성맞춤이다.

joyoon@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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