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때부터 통치사료 모아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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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연세대의 아태재단 인수는 2000년 8월 '특성화'를 내걸고 취임한 김우식 총장의 야심작이다. 실제로 金총장은 일부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초기부터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는 아태재단 활용 방안으로 ▶대통령 리더십 연구소▶대북·대외 정책 연구소▶전자도서관 등을 검토했지만 대통령 리더십 연구소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더십 연구의 요람으로=인수 실무를 담당했던 연세대 관계자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재임 기간 중 통치 사료와 비망록 등을 보관하는 '대통령 도서관'을 참고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연세대는 아태재단에 보관된 방대한 양의 1차 사료를 중심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리더십에 관한 연구를 하되 더 나아가 역대 대통령 리더십 연구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도 관련 사업을 곧 협의할 예정이며, 전두환 전 대통령 퇴임 직후 논의됐던 '통치 사료관' 사업도 이번 기회에 재추진할 방침이다.

연세대는 이미 1997년 이화장(梨花莊)에서 20여만건에 이르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록과 자료를 넘겨받은 뒤 우남 사료실 국제학술회의·학술총서 발간·문서 목록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편 연세대 측은 아태재단 인수가 지금까지 학내에서 중구난방으로 진행돼온 대통령 리더십 연구를 체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연세대에선 현대한국학연구소(이승만 대통령)와 동서문제연구소(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연세 리더십센터(리더십 전반) 등이 대통령 리더십에 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세대는 장기적으로 대통령 리더십 관련 연구를 연세 리더십 센터에 통합·운영할 계획이다.

◇연세대 측의 고민=연세대가 아태재단 인수를 반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아태재단이 몇몇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태재단이 안고 있는 부채가 만만치 않은 것도 고민거리다.

또 金대통령이 퇴임 이후 명예교수 등의 직함으로 아태재단에 남을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교수들이 아태재단 인수에 반대해온 가장 큰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라 연세대는 아태재단에 대한 전면적인 이미지 쇄신 작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아태재단 실사 작업이 끝나는 대로 연구소 개명을 포함해 건물에 대한 전면적인 리모델링과 재원 조달 방법 변경 등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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