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 사이트에 아동 포르노물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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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6월 A교도소에 근무하는 徐모(45)교위는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徐교위가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교도소 인터넷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아동 포르노 사진파일이 올려져 있으니 삭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기 전 사이트를 둘러봤을 때 포르노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던 徐교위는 "그럴 리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위원회 직원은 파일명까지 알려주며 "분명히 홈페이지에 있으니 지워달라"고 말했다. 다시 확인해 본 결과 위원회 측이 말한 대로 알 수 없는 문자로 이뤄진 제목의 음란 사진파일이 게시판에 올라 있는 것을 발견했다. 徐교위는 비슷한 일이 또 생길까봐 교도소장의 허락을 얻어 아예 게시판을 폐쇄해 버렸다.

대전 U교회의 홈페이지 관리자 宋모(38)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달 정보통신윤리위로부터 "교회 홈페이지 서버에 여자 어린이의 나체 사진이 등록돼 있으니 지우라"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확인 결과 나체 사진이 올라있는 걸 발견하고는 놀란 마음에 게시판에 올라있는 첨부파일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宋씨는 "일부 네티즌들이 욕설 등을 올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망측스러운 일을 당하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등장한 이런 아동 포르노물은 모두 해외 음란사이트 업체들이 몰래 올려놓은 것들이다. 자신의 서버에 올라 있으면 들킬까봐 남의 서버에 몰래 올려놓고는 나중에 들켰을 경우 "원래 그 사이트에 올라있던 것을 소개만 한 것"이라고 발뺌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이처럼 국내 홈페이지를 무작위로 골라 아동 포르노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려놓는 얌체 짓을 하는 해외 포르노 사이트들이 늘고 있다. 한국이 '아동 포르노의 천국'이란 오명을 쓸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이들 포르노물은 음란물과 무관한 교회·학교 등 사이트에 많이 등록돼 있어, 청소년들이 무심코 접속해 볼 수 있다.

최근 5개월 동안 유럽인터넷협회가 "한국 사이트의 서버에 아동 포르노물이 올라 있다"며 삭제를 요청해온 건수는 44개 사이트에 걸쳐 모두 1백10건에 달했다. 지난 5월 2건, 6월 16건에서 지난달 35건으로 급증했다.

유럽인터넷협회는 영국·프랑스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아동포르노 추방운동 단체로 자국의 음란 사이트를 모니터링해 아동 포르노 제공 링크를 찾아다니다 자료가 보관된 서버의 해당 국가에 통보해 주고 있다. 해외 음란사이트 업체들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인터넷 사이트 수가 많아 그만큼 은닉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관리가 소홀한 사이트를 찾아내면 포르노 파일을 올려놓고 수개월 동안 들키지 않고 고객들에게 음란물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윤리위 심의조정 2부 김철환 부장은 "이런 행위를 방치하면 해외 네티즌들에게 한국 사이트들이 아동 포르노를 제공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며 "각자가 관리하는 홈페이지를 꼼꼼하게 살펴 갑자기 방문객 수가 늘었다면 게시물들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드시 사용자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보통신윤리위는 조만간 홈페이지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안내를 담은 지침서까지 발간할 예정이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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