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素子 2020년엔 90조 市場 예고 정부 연구비 지원 올 7억원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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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반도체 소자나 구리 전선이 사라지고 초전도체가 대신 쓰이는 시대가 올 것인가.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아래에서 전기 저항이 완전히 없어지는 물질. 이 때문에 초전도 전자소자는 반도체보다 1백배 이상 빠르게 작동한다. 또한 초전도 모터는 작은 전력으로도 큰 힘을 낸다. 이런 장점들이 있으나 소자 모양으로 만들기 힘든 데다, 영하 1백50도 이하로 온도를 낮춰야 한다는 문제 등이 있어 아직 반도체 등을 대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8월 미국에서 열린 초전도 학회에서 미국 해군이 "해군 함정의 모터와 전자장비를 초전도체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

홍콩과학기술대 폴 추 총장은 "1950년대 트랜지스터는 진공관보다 훨씬 비쌌으나 미국 국방부가 연구개발을 밀어붙여 결국 경제성을 갖추고 진공관을 눌렀다"면서 "초전도 전기·전자 장비도 곧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초전도산업협회(CONECTUS)도 2004년이면 초전도 전자소자 분야는 업체들이 경쟁을 벌일 정도의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곧 시장이 열릴 전자소자 쪽은 거의 외면한 채 2010년께에나 시장 형성이 시작될 초전도 전력시스템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와 포항공대 기초과학문화센터가 주최한 기초과학문화포럼에서도 국내 초전도 연구 방향의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이동통신 장비가 신호탄=2∼3년 안에 초전도 전자소자가 가장 많이 쓰이게 될 곳은 이동통신 분야다.

초전도 소자는 지구 자기장의 1백억분의 1밖에 안되는 신호도 감지할 수 있다. 때문에 기지국을 지금처럼 촘촘히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전파 이용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IMT-2000 사업자들은 주파수 20㎒를 받는 대가로 1조3천억원을 냈다.

하지만 다른 사업자와 혼선이 생길까봐 이중 1.25㎒를 쓰지 못한다.

만일 감도 높은 초전도 소자를 쓰면 이렇게 못쓰는 주파수를 대폭 줄일 수 있어 수백억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심자도 등 의료 장비 분야도 유망하다.

몹시 감도가 높아 심장의 작은 이상도 찾아낼 수 있기 때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용호 박사팀은 최근 초전도 소자를 이용, 두뇌의 활동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뇌자도계를 개발하기도 했다.

◇손실 없는 전력 시스템=초전도체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전기 저항이 없다는 것.

때문에 전기를 흘려도 손실이 없다. 류강식 초전도응용기술사업단장은 "구리 전선·변압기 등 전력 공급시스템을 모두 초전도체로 바꾸면 1년에 63빌딩 2백30여개가 쓰는 전기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 전력의 40%를 먹는 현재의 모터를 만들면, 그에 따른 전기 절약도 엄청나다. 초전도 모터는 소음·전자기파도 적다.

◇큰 시장 외면한 연구개발 투자=CONECTUS는 2010년께 초전도 소자는 약 2조4천억원, 전력 시스템은 1조2천억원의 시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이면 소자 90조원, 전력분야 30조원으로 차이가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과학기술부는 지난해 프런티어사업단을 선정하며 전력 분야에만 10년간 매년 약 1백억원씩을 투입키로 했다.

반면 더 큰 시장을 이루는 소자 분야 연구비 지원은 올해 약 7억원으로, 전력 분야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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