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항만 폐쇄 장기화 美 물류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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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AP=연합]미국의 서부해안(태평양연안)의 29개 항만 폐쇄로 인한 '물류 대란'이 6일째 계속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노사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확고한 개입의사를 드러내지 않아 사태의 조기 해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 산업계는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백악관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할 계획이나 백악관은 사태를 관망 중이다.

항만 폐쇄가 장기화하면서 항공화물 운송 요율이 치솟고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영세 수출업체에서는 연쇄적인 근로자 해고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서부해안 항구 밖에는 아시아 각국에서 온 화물을 실은 2백여척의 배가 발이 묶인 채 하역작업이 재개되길 기다리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의 제조·소매업체들은 원료와 제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일손을 놓은 상황이다.

◇미 업계 대책 마련에 부심=미 제조업계는 행정부 관리들과 사태의 해결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또 부시 대통령의 개입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미제조업협회(NAM)의 대런 매킨리 대변인은 "항만 폐쇄가 조속히 풀리지 않으면 국가경제에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NAM은 정부의 직접 개입 요청은 자제하고 있다며 노사 쌍방에 보다 진지한 협상을 촉구했다.

◇늘어나는 산업 피해=항만 폐쇄와 이에 따른 물류 마비로 미 경제가 입고 있는 전체 피해액은 하루 2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타격이 가장 큰 업종은 자동차·의류·완구류·식품·농업·전자 등이다.

닛산자동차와 항공기 메이커 보잉이 곤경에 처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닛산은 부품 부족에 따라 5일부터 테네시주 공장의 토요일 근무를 중단했다. 보잉도 다음주부터는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가정용품 메이커들은 부품조달이 안돼 2∼3일 내 가동 중단이 우려된다. 수출용 곡물과 과일도 선적이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화물 요율에는 프리미엄까지 붙어 화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항공화물 요금은 서부항만이 폐쇄된 지난 29일 이후 30% 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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