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증권저축 애물단지 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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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金모(35·자영업)씨는 요즘 증권사 객장의 시세판만 쳐다봐도 속이 쓰리다. 지난해 12월 은행에 넣어둔 3천만원을 고스란히 빼내 장기증권저축에 가입했지만 지금까지 수익은 커녕 원금의 25%가 날아갔기 때문이다.

처음엔 SK텔레콤·강원랜드·고려제약 등을 샀는데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던 지난 4월까진 원금이 3천8백만원으로 불어나는 등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손실이 쌓였다. 특히 실적이 좋을 것이란 기대에 5개월 전 주당 2만원대에서 샀던 대한항공은 최근 유가 급등 우려 등으로 1만1천원대로 추락해 애물단지가 됐다.

李모(40·회사원)씨도 지난해 말 1천만원을 장기증권저축에 넣고 코스닥 종목에 투자했다. 4월까진 1천3백만원으로 불었지만 9백주나 사들였던 한 종목이 네 토막나면서 현재 평균 수익률은 -31%를 기록하고 있다.

장기증권저축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생각 만큼 재미를 못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된 이 상품은 ▶가입하면 2년 동안 연말 정산에서 세금을 공제해 주는 데다(첫해 5.5%,이듬해 7.7%)▶최고 3년간 이자·배당소득세를 물리지 않아 총 4조5천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삼성증권이 지난 7월 직접형에 투자한 고객들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총 1만6천여계좌 중 원금에 손실을 본 것은 8천2백여계좌로 전체의 49.2%를 차지했다.

이 때엔 그래도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을 유지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지수가 6백40선으로 떨어진 상황에선 투자자들의 손실 폭이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간접형은 사정이 조금 낫다.

<표 참조>

지난해 10월, 11월에 설정된 펀드들은 대체로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설정한 펀드들은 약세장의 영향으로 수익률이 그다지 좋지는 못하지만 종합주가지수의 흐름보단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위안이다.

그런데도 장이 못미더워 발을 빼는 투자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 3월 말 3조원까지 증가했던 장기증권저축 펀드의 수탁고는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서 꾸준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그래프 참조>

제로인 펀드평가사업부의 이재순 팀장은 "환매 수수료가 없는 데다 장이 안좋아 세제혜택을 포기하고서라도 수익률이 더 떨어지기 전에 돈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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