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바닷모래 채취 허가 중단 건설현장 '모래 파동'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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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둘러싸고 환경단체·주민들과 건설업체 사이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건설 현장 곳곳에서 모래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건설교통부의 강력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중지했기 때문이다.

모래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자 레미콘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검토해 골재 파동이 우려되고 있으며 도로·철도·학교 건설 등 대형 사업장의 공사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공사 차질=전남 목포 신외항 다목적 부두 배후 부지(40만㎡) 매립공사가 8월 중순 이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공사에는 1백80만㎥의 바닷모래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50만㎥만 투입됐기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 매달 10만㎥ 이상 공급돼야 하는데 최근엔 거의 들어오지 않아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광양 시내 국도 대체 우회도로 건설공사도 손을 놓은 상태다. 지난달 23일부터 약한 지반(1.5㎞)을 다지기 위해 바닷모래 10만㎥를 투입할 계획이었으나 모래를 공급받지 못해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모래 채취 허가 갈등=정부의 올해 골재 수급계획에 따르면 바닷모래 공급 계획량은 모두 4천15만㎡. 지역별로는 ▶인천 등 수도권 2천만㎥▶전남 1천3백95만㎥▶충남 6백20만㎥ 등이다. 전남도는 1차로 ▶진도 5백28만㎥▶신안 2백만㎥▶해남 32만㎥를 허가 예정지로 고시했다.

그러나 신안군의 경우 지난 8월 16일 생태계 보호를 이유로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전면 중단했다. 해남군도 채취 허가를 보류해 모래 채취가 안되고 있다. 진도군 역시 채취 허가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골재 채취로 인한 해양 생태계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자체들이 채취 허가를 내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목포상공회의소는 "채취 허가 중단 이후 레미콘 업체들이 부도 위기를 맞는 등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허가량의 단계적 조정을 관련 부처에 건의했다. 골재협회도 건교부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으며, 전남도 역시 일선 지자체에 허가를 내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모래 가격 급등=레미콘 업체에 공급되는 바닷모래는 수송거리가 먼 지역의 경우 올해 초 ㎥당 9천원이었던 게 최근 2만2천원으로 배 이상으로 올랐다.

부산 K레미콘 金모(50)전무이사는 "현금이 아니면 모래를 구할 수도 없다"며 "한달에 레미콘 3만㎥를 생산해야 하는데 모래 공급이 달려 절반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목포 H레미콘 측은 "모래 재고가 바닥난 데다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레미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형편"이라고 밝혔다.

목포=천창환 기자

chunc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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