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효과 없는 금리인하 집착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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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은행이 13일 올 들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콜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벌써 추가 금리 인하 얘기가 나돈다.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경기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한은도 금리 인하로 분위기를 맞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정부 쪽에서는 벌써부터 추가 금리 인하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이 나온다. 이헌재 부총리는 최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고용 사정이 나쁘고 생산 활동이 생산능력 아래에서 움직일 때는 금리정책을 탄력적으로 활용해 경기 진작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표현은 '탄력적인 활용'이라고 했지만 한은으로선 사실상 금리 인하 압력으로 느낄 법한 발언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콜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그 결과는 채권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심해진 것밖에 없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는 거의 없었다.

지금도 당시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기업들이 돈이 없거나 금리가 높아 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다. 금리가 떨어진다고 가계의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금리 인하로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여기서 금리를 더 낮출 경우 오히려 시장의 불안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지금도 낮은 금리 때문에 시중자금이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다. 금리 생활자들은 가뜩이나 쪼그라든 예금 이자를 보면서 장래를 더욱 불안하게 생각한다.

이런 판국에 경기 부양의 모양새를 갖추자고 무리하게 금리를 더 낮추는 것은 곤란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지난해 말부터 일제히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 속에 우리만 금리 인하를 고집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정부가 경기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은 효과와 부작용을 따져 신중히 결정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