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이재오의원 선두서 지휘 출신·분야 달라도 일사불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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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정무위에서 정권과 현대의 대북(對北) 비밀지원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한나라당 공격수들이 있다.

정형근(鄭亨根)·김문수(金文洙)·엄호성(嚴虎聲)·이성헌(李成憲)의원 등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 24∼26일 사흘간의 금융감독위원회 감사에서 '대북 밀실거래' 의혹을 정치쟁점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나라당은 이들 4명과 이재오(李在五)의원을 '나바론팀'이라고 부른다.

난공불락의 요새 나바론 섬의 독일군 거포(巨砲)를 파괴하고, 영국군을 구출하는 특공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나바론'에서 본떴다.

'병풍'의 수렁에 빠진 이회창 후보를 '구출'하려고 나선 특공대인 셈이다.

이들 사이에선 鄭의원이 '대장', 이재오 의원이 '단장'으로 불린다. 鄭의원이 각종 공세를 기획하고, 李의원이 실행을 지휘하기 때문이다. 안기부 차장 출신인 鄭의원은 국가정보원 등의 고급 정보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한다.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정권 실세에게 로비했다는 내용의 정보기관 도청자료를 갖고 있다고 밝힌 그는 다음달 4일 금감위 종합감사에서 새로운 폭로를 할 방침이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현대의 대북사업 중개역할을 한 요시다 다케시(吉田猛)신일본산업 사장에게 "북한이 남북 육로관광과 경제장관 회담 등을 수용하면 거액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하라"고 했다는 주장을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당에선 "안기부 수사국장을 하면서 간첩을 잡던 鄭의원과 재야 출신인 이재오·김문수 의원이 손발을 잘 맞추는 게 신기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엄호성·이성헌 의원은 몇개월 전부터 개별적으로 현대의 대북사업을 파고들어 각각 굵직한 쟁점을 만들어냈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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