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주·최정원 뮤지컬 콤비 재결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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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원(右)씨는 함께 공연하는 남경주씨에 대해 "미묘한 변화도 알아챌 수 있는, 무대에서 가장 편한 상대"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뮤지컬 애호가들에게 요즘 볼 만한 뮤지컬을 물으면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게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9년째 장기공연 중인 작품을 라이선스로 가져온 소극장 뮤지컬 '아이 러브 유'다.

춤.노래를 곁들인 익살맞은 이야기들을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내는 '레뷔(revue)'라는 낯선 형식 속에 만남과 결혼, 섹스와 육아, 노년의 사랑 등 남녀 관계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아낸 '아이 러브 유'의 재미는 기대를 뛰어넘는다. 중년.노년의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 2막은 좀 지루하지만 젊은 커플들의 연애.결혼담이 소개되는 1막은 속시원한 폭소와 공감의 미소를 번갈아 선사한다. 특히 출장 방문해 남녀의 불만스러운 잠자리를 해결해주는 홈쇼핑 상품(8장) 등은 압권이다.

제작사인 설앤컴퍼니는 10일 "지난해 12월 '아이 러브 유'의 서울 종로구 연강홀 객석 점유율이 10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석(死席.무대 일부가 시야에 가려지는 자리)까지 팔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덕분에 제작사는 다음달 3일 시작하는 연장 공연 장소를 250여 석 규모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으로 옮기려다 420여 석 규모 연강홀을 고수하기로 했다.

어쨌든 연장 공연의 느낌은 사뭇 다를 것 같다. '여자 2' 역할을 맡았던 이정화 대신 최정원(36)이 합류해 '남자 2'역의 남경주(41)와 호흡을 맞추기 때문이다. 10여 년간 뮤지컬계의 간판 스타이자 콤비로 자리잡아온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이다. 2002년 뮤지컬 '갬블러' 공연 이후 2년여 만의 만남이다.

남씨는 "'아이 러브 유'는 혼자서 열대여섯 개의 역할을 숨가쁘게 소화해야 하다 보니 배우로서 배울 게 많은 작품이다. 특히 정원이와 함께라면 어떤 동반 상승 효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출연을 먼저 제의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남들로부터 '콤비'로 인정받기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콤비라는 말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좋은 짝을 만난다는 것은 영광이자 행운"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선후배로서, 한 인간으로서 서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자기 관리가 워낙 철두철미해 얼핏 차가워 보일 수도 있지만 무척 사랑스러운 남자다. '아이 러브 유'는 오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인 것 같다."(최정원)

"지금까지 잘해 왔다. 만나지 못한 2년 간 발전도 있고 아픔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기회가 연기자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남경주)

두 남녀가 펼칠 희로애락의 드라마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02-501-7888.

신준봉 기자<infor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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