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실장 나서야 효과적 차관에 압력 넣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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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24일 공개한 '도청(盜聽)자료'에는 3건의 국제전화 내용이 담겼다. 모두 김승연(金昇淵) 한화그룹 회장이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해 그룹의 金모 사장, 청와대 金모 비서관, 그리고 민주당 丁모의원과 통화해 정권 실세에 대한 로비를 지시하거나 부탁했다는 게 鄭의원의 주장이다.

◇지난 5월 金회장↔그룹 金모 사장의 통화=강금식(姜金植)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임명된 뒤 그룹 金모 사장이 당시 독일에 체류 중인 金회장에게 보고했다.

▶金사장=姜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로 친한 사이인 그룹 盧모 부회장을 이용해 대생의 인수작업을 전개하겠다. 분위기 조성을 위해 민주당 이재정(李在禎)의원 등을 동원해 로비를 하고 민간위원들과 별도 접촉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겠다. 대생 인수를 방해한 어윤대 매각심사소위원장의 매장 방안을 마련 중이다.

▶金회장=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노무현(盧武鉉)후보를 접촉, 협조요청하라. 盧후보가 인수에 협조해주면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의 면담을 주선해주고 미국 정계의 盧후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일조하겠다.

◇지난 4일 金회장↔청와대 金모 비서관 통화=金회장은 대생 인수가 미뤄지자 金비서관에게 전화.

▶金회장=박지원(朴智元)실장이 나서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朴실장이 재경부 윤진식(尹鎭植)차관에게 '대생 매각은 대통령 관심사항일 뿐만 아니라 국가정책 문제이며 국가신인도가 걸려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책임지고 5일 공자위 회의에서 한화의 대생 인수가 매듭지어지도록 조치하고 결과를 보고하라'는 식으로 강하게 지시해주도록 朴실장에게 요청해달라. 金회장은 같은 날 민주당 모의원에게도 "尹차관에게 압력을 넣어달라"고 전화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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