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5대그룹 진입 꿈 이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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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대한생명을 한화컨소시엄에 팔기로 한 공자위의 23일 결정으로 정부는 서울은행에 이어 3조5천5백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금융회사를 하나 더 처리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이날 공자위의 결정은 수차례의 회의 연기 끝에 표결까지 가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뤄진 것이어서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논란 속 간신히 통과=지난 13일과 18일에 이어 23일 열린 공자위에서도 공자위원들 사이에는 대생을 한화에 넘기는 것이 적절한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됐다.

부실 금융회사인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의 대주주였던 한화의 법적 자격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공자위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한화가 인수 후 3년간 계열사에 신규 자금지원을 못하게 하고 부채비율을 2005년 말까지 2백%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한화가 대생을 인수할 자금능력이 있는지도 논란이 됐지만 예금보험공사측이 "자금동원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 주거래 은행(우리은행)의 의견 청취는 취소했다.

통상 만장일치제를 채택해온 공자위는 이날 이례적으로 표결을 강행했는데, 재경부 장관·금감위원장·기획예산처 장관 등 정부측 당연직 위원 외에 민간위원 중에선 강금식(성대 교수)위원장과 전철환(전 한은 총재)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제값 받았나=한화는 최근까지 대생의 기업가치를 1조5천2백억원으로 제시하고 지분 51%를 7천7백52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공자위에서 헐값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회의가 몇차례 연기되자 지난 22일 기업 가치를 9백50억원 더 제시했다. 표면상 1조6천1백50억원은 매각 주간사인 메릴린치가 평가했던 대생의 기업 가치 범위(할인율 15% 기준, 1조2천2백50억∼1조6천1백50억원)의 상한에 해당한다.

재경부와 예보는 "지난해 말 한화가 처음 제시한 7천억원에 비해 2배 가량 올랐다"며 헐값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대생이 몇년 안에 상장될 경우 한화는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 있어 제값을 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은 문제와 일정=공자위가 매각대금을 절반(4천1백18억원)씩 2회 분납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특혜 시비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공자위 스스로 한화의 자금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으면서 매각을 승인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공자위가 매각을 승인함에 따라 예보와 한화는 이르면 이달 안에 본계약을 마칠 계획이다.

◇10대그룹 재진입="꿈이 이뤄졌다." 한화그룹 대변인인 정이만 상무는 23일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이 같은 말로 소감을 표현했다. 한화는 1999년 5월 대한생명 1차 입찰에 참가하면서 보험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정부의 입찰 유보 등으로 미뤄지다가 3년여만에 꿈을 이룬 것이다.

다음 달 9일 창업 50주년을 맞는 한화는 이번 대생 인수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그룹 전체 자산규모가 11조4천억원(2002년 3월 기준)으로 재계순위(공기업 포함)16위에 불과했지만 자산이 24조7천억원인 대생을 인수함에 따라 일약 재계 5위(한전 포함하면 6위)로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삼성의 삼성전자,SK의 SK텔레콤처럼 그룹을 대표하는 주력업체가 없어서 고민하던 한화에는 주력기업을 확보할 수 있어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한화는 이와 관련,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한 종합금융그룹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독립경영을 통해 대생을 선진 금융업체로 변모시켜 건실한 우량회사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대생 인수를 계기로 한화의 주력은 이제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에서 금융·유통 서비스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한화는 증권·투신운용·기술금융 등 기존 계열사에 대한생명과 함께 넘겨받는 신동아화재까지 합쳐 증권·보험·파이낸싱을 아우르고 장기적으로는 은행업 진출까지 노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장세정·김창규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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