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이 암 되는 이유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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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우리 몸은 면역기능이 있어 이를 제거한다. 그러나 침입자를 모두 없앤 뒤에도 이 기능이 멈추지 않고 지나치게 계속될 경우 우리 몸엔 더 큰 이상이 올 수 있다. 패혈증.아토피피부염 등이 그런 경우다. 위염이나 위궤양도 지속되면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연세대 생화학과 김영준 교수팀은 이처럼 '면역 과민 반응'에 해당하는 과도한 면역기능이 되레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과 과정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해 냈다. 왜 염증이 암으로 커지고, 패혈증이 생기는지에 관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낸 것으로 항암제, 패혈증.아토피 치료제 개발에 새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김 교수는 "세균에 감염됐을 때 'NF-kB'와 'AP-1'이라는 인체 내 두 신호전달 체계가 면역 세포 내에서 동시에 작동해 세균을 없애는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두 신호전달 체계가 서로 억제해 면역 반응이 과도해지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면역학'지 인터넷판 10일자에 발표됐다.

NF-kB 신호전달 체계란 우리 몸에 세균이 침입했을 때 "이를 막을 '항균 단백질'을 만들어 내라"는 명령이 전달되는 경로다. 이 체계는 침입한 세균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작동하는데, 만일 이상이 생겨 멈추지 않을 경우 항균 단백질이 너무 많아져 패혈증.암 등 더 큰 질병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팀이 발견해 낸 것은 또 다른 신호전달 체계인 AP-1이 NF-kB 체계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AP-1은 세균이 침입했을 때 세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세균을 잘 잡아먹도록 하는 기능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NF-kB의 활동이 지나칠 경우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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