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亞게임'사랑의 레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임신한 아내에게 금메달을 선물로 주고 싶다."

이봉주(32·삼성전자)가 결혼 이후 첫 출전하는 대회인 부산 아시안게임 마라톤을 앞두고 필승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결혼은 마라토너에게는 무덤'이란 속설을 이번 우승으로 깨고 싶다"고 말하고 "그래야 결혼 잘 했다는 소리도 들을 게 아니냐"고 했다.

이봉주는 내년 3월이면 아빠가 된다. 그는 "이제 가장이라고 생각하니 상당한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오인환 감독도 "결혼 전에 비해 의지와 집념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그러나 "솔직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전에 없이 중압감도 크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대회(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우승자로서 수성(守城)하는 입장이라는 것도 부담스럽고, 국내 팬들이 직접 지켜보는 대회라는 점에서 쓸데없이 '힘'이 들어갈까봐 조심스럽기도 하다는 것이다.

강원도 횡계와 충남 보령을 오가며 훈련 중인 이봉주는 지금도 서울 송파구 오금동 집에 있는 부인과 하루 한차례 이상 통화를 한다. 주로 무슨 말을 하느냐는 질문에 "아내는 매번 집 걱정 말고 맘 편하게 훈련하라고 당부한다"고 소개했다.

부산 아시안게임 마라톤에서 이봉주가 특히 경계해야 할 선수는 다케이 류지(31·2시간8분35초)와 시미즈 고지(33·2시간9분28초). 둘 다 일본 선수다. 다케이의 기록은 이봉주의 최고기록(2시간7분20초)에 크게 뒤지지만 지난 3월 작성한, 올시즌 세계 8위에 해당하는 호기록이다.

중국의 공케 역시 2시간10분11초가 최고기록이지만 기록향상 속도가 빨라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힌다.

이봉주는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 출전 및 결혼 이후 5월말까지 두달 가까이 밀월 휴식기를 가졌다. 다시 훈련을 시작한 게 6월. 이때부터 두달간 횡계에서 거리훈련과 체력훈련을 병행하며 느슨해진 몸을 추슬렀다. 8월에는 한달간 뉴질랜드에서 하루 40㎞ 이상씩 소화하는 스피드·거리 훈련에 치중했다.

이봉주는 귀국 후 다시 횡계에서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실시한 후 지난 13일 보령으로 이동, 마무리 실전감각 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신동재 기자

dj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