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加 애니 거장 파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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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8일까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리는 캐나다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귀한 손님 한 명이 참석했다.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애니메이터 이슈 파텔(50)이다. 25년 간 캐나다국립영화원(NFBC)에서 활동하면서 '사후''구슬게임''파라다이스' 등 동양적 정취가 가득한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몬트리올 국제영화제 대상 등을 받았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 1998년 여름 계원조형예술대학에서 한달간 학생들과 워크숍을 한 적이 있다. 13일 오후 열린 개막식에서 그는 당시의 한국인 제자들이 자신을 잊지않고 찾아왔다는 사실에 더욱 감사하고 기뻐하는 듯했다.

예약해 놓은 인사동 한정식집으로 자리를 옮긴 13명의 제자들과 2명의 교수, 그리고 이슈 파텔 감독은 4년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동주가 가득 든 술잔을 부지런히 돌렸고 영어로 또 한국어로 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선생님,저 기억하세요?"

"그럼, 대나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지, 아마."

그의 생생한 기억력에 오히려 학생들이 더 놀랐다. 하나하나의 근황을 물어보는 그의 표정은 진지했고 격려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김정화(여·33)씨가 지난 여름 동아·LG 만화애니페스티벌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고 하자 그는 크게 박수를 쳤다. 누군가 "상금을 5백만원이나 받아 오늘 쏜다"고 얘기하자 "쏜다"가 뭐냐고 물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 남학생이 "노 잡(No Job)"이라고 하자 그는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노 프라블럼(No Problem)"을 연발했다.

그는 현재 툰스 애니메이션이라는 작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상업적 장편을 구상하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타지마할에 관한 내용으로, 보다 큰 회사와 함께 작업하려고 대상을 물색중이라고 했다. 국경진(여·29)씨는 비디오에 담아온 자신의 애니메이션 아카데미 졸업작품을 전달했고, 디지털드림스튜디오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최수형씨는 예쁜 그림이 담긴 동화책을 선물했다.

이슈 파텔은 "정말 잊지못할 자리다. 한국 제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계원조형예술대, 18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찾아 애니메이션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글·사진=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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