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나도 대선 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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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한동(李漢東·사진)전 총리가 16일 한국언론인연합회 초청 강연에서 "오늘 이 자리에서 이번 16대 대선 출마의 결단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고 출마 의지를 밝혔다. 李전총리는 "40여년의 공직과 국정 경험을 통해 쌓은 경륜과 총리 임명 과정 및 재임시절 겪은 자질·능력·도덕성, 타고난 포용력·친화력 등을 바탕으로 21세기 국가 비전을 실현하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려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상황을 만들기보다 때를 기다리는 스타일인 李전총리로선 이례적인 자세 변화다. 민주당 내분과 '정몽준 신당 창당'을 둘러 싼 복잡한 정치상황에 대한 수읽기가 끝난 것 같다.

李전총리는 "이 시점, 여기 오기 직전까지 취합한 정보로 판단하면 민주당과 자민련·미래연합·정몽준 의원 등 모든 세력이 모이는 거대 통합 신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며 "통합 신당에 참여해 노무현씨든 정몽준씨든 누구와도 선의의 후보 선출 경쟁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 신당이 결정하면 '국민경선제'도 수용할 용의가 있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李전총리는 또 "통합 신당이 불발할 때를 대비해 독자적인 신당 창당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출마를 준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李전총리는 지지도가 낮고, 무소속으로 자체 역량이 미비한 데다 거쳐야 할 단계도 많아 실제 출마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당이 왜 만들어져야 하나.

"민주당은 호남지역당이고, 한나라당의 지역기반은 영남이다. 어느 당이 집권해도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없다.지역 통합을 위해 제3지역에서 정권을 담당해야 한다."

-다른 유력 후보들에 비해 지지도가 크게 낮은데.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한심한 수준은 아니다. 총리 시절 정치적 행보를 극력 자제하고, 행정·민생총리로 일관했던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오늘 대선 출마 의지를 확실히 표명했고, 통합 신당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 지지도가 오를 것으로 본다. 대통령은 거품 많은 인기투표로 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정몽준 의원은 독자 신당으로 대선에 출마한다는 입장인데.

"대선 본선(12월 19일)에 들어가기 전에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도 상정할 수 있다."

-통합 신당 참여 문제에 대해 정몽준 의원과 교감이 있었나.

"鄭의원도 통합 신당에 들어올 수 있다. 鄭의원과는 직접 상대해 얘기한 적은 없지만 간접적인 의사 교환이 있었다."

李전총리의 마지막 답변에 대해 정몽준 의원은 "李전총리와 간접적으로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그 분과 직접 뵙게 되면 의견을 나눠 보겠다"고 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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