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고립지역 모두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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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지 16일 만인 15일 전국의 모든 마을이 고립상태와 통신·전기 두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지난달 31일부터 통행이 두절됐던 전국의 고립 마을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와 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의 진입도로가 이날 복구됐다.

강원도는 15일 "협곡이 많아 장비와 인력 부족 등으로 외딴 산골마을까지 임시 도로를 개설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렸다"며 "5가구 8명이 고립됐던 마하리 마을도 15일부터 차량 소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태풍으로 고립된 곳은 강원도에서만 강릉 등 9개 시·군 48개 마을로 1만3천여가구(3만8천여명) 주민들이 외부와 차단돼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기 공급과 유·무선 통신망도 모두 정상화됐다. 마지막 단전(斷電)지역이었던 삼척시 가곡·근덕·도계 지역 26가구에는 15일 헬기까지 동원한 응급 복구작업으로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

그동안 전신주 유실 등으로 제주·강릉 등 전국 1백25만1천여가구에 전기공급이 중단됐었다. 유선망 36만3천여 회선이 끊겼던 통신망도 이날 강릉·삼척·속초 지역을 마지막으로 전국 일원이 정상을 되찾았다.

고립마을 해소 등 이번 수해복구 작업에서 일등공신은 단연 군장병들이었다.

지금까지 수해복구에는 연인원 73만3천여명의 군장병과 9천8백73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장병들은 집 정리(8천4백여동), 벼 세우기(1천7백여㏊), 도로·제방 복구(1백84㎞), 토사·오물 제거(1만8천여t) 등에 앞장섰다.

강원도 수해 지역에는 강원도 동해안 해안 경계를 담당하는 육군 동해충용부대 산하 철벽·뇌종부대를 비롯, 홍천 화랑부대 등 외지에서 지원온 1군 사령부 예하 병력 등 30여만명이 수해작전을 수행했다.

김천에서는 50사단과 지원부대인 70사단·해병1사단·201특공여단·1117야전공병단의 장병 7만5천여명이 15일 동안의 복구작전을 마치고 철수했다.

강릉시 장현동 주민 박보근(47)씨는 "아들 같은 장병들에게서 도움만 받고 라면 한 그릇 대접 못해 미안하기만 하다"며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복구에 참여했던 군장병은 절망에 빠졌던 수재민들에게 재기의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강릉시 내곡동 주민들은 화랑부대 9연대 3대대 장병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홍창업·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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