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대기업에 대해 표출한 불만 중 가장 큰 것은 하청업체와의 관계다. 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하청기업이 해놓은 일을 대기업이 채가고, 사람까지 빼낸다는 데 안 될 일”이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불만을 표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27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대기업과 하청기업 관계를 너무 잘 안다”며 “그건 자신이 대기업을 오랫동안 경영해 온 경험에 바탕한 것이지만 큰형과 처남이 대기업 하청업체를 운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작고)는 1987년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다스’라는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해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청와대 참모는 “이 대통령이 ‘다스’ 측 관계자를 통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인 측면이든 하청문제의 현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안다”며 “2007년 대선 때, 그리고 선거 후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이런 문제가 화제가 되면 이 대통령은 ‘그건 내가 잘 안다’며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곤 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이 대통령이 하청 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데엔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특히 임 실장은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노동부 장관 시절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해 왔다. 이 대통령의 관심이 임 실장의 소신과 결합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문제가 ‘친서민’ 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친서민’ 속도 조절=이 대통령은 26일 밤 참모회의에서 “친서민 정책이 반(反)대기업, 반시장경제라는 오해를 낳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책의 방향이 대기업을 손보는 데 있지 않고, 중소기업을 돕고 서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대기업과의 긴장관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는 이가 많다. 그래서 대기업을 압박하는 여러 정책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