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준 우선'… 무난한 人事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0일 신임 총리서리에 김석수(金碩洙) 공직자윤리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일종의 타협안으로 풀이된다.

여성(張裳 총리서리)과 50대의 젊음(張大煥 총리서리)을 앞세웠던 두 차례의 파격적인 총리 인사가 좌절된 뒤 金대통령이 결국 무난한 인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번씩이나 총리서리의 국회 인준이 거부된 상황에서 세번째 총리 후보마저 낙마할 경우 金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 자체가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당초 임기 말 권력누수를 결코 허용하지 않고 끝까지 국정을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그것이 장상·장대환 총리서리 임명으로 이어졌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조용하고 차분한 마무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의 총리서리 임명에 청와대 박지원(朴智元)비서실장의 입김이 적잖이 작용했다고 의심하던 한나라당도 신임 金총리서리에 대해서는 비교적 안도하는 눈치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70세라는 金총리서리의 연령이나 대법관까지 지낸 과거 경력 등을 고려할 때 朴실장이 쉽게 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상·장대환 총리서리를 통해 정국을 적극적으로 돌파하려는 게 청와대나 朴실장의 구상이었다"는 의심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신임 金총리서리가 국회 청문회의 도덕성 논란만큼은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관 재직 시절부터 청렴성을 높이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원장 시절 金총리서리가 공정한 선거관리를 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연말의 대선을 반드시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면서 중립성 시비에서 벗어나려는 金대통령의 입장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더구나 金총리서리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대법관 생활을 함께 했고, 1991년 국회의 대법관 인준 투표를 최다득표로 손쉽게 통과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조건들을 고려할 때 金총리서리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께부터 시작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두 전임자보다는 수월하게 인준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도 총리 인준이 거부된다면 국회 과반수를 확보한 한나라당 역시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수해와 추경 편성 등 민생문제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조기 인준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도덕성 시비가 제기될 경우, 전혀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