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위기 한일생명 '진짜 주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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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금융감독원의 경영개선 명령을 받아 퇴출위기에 놓인 한일생명이 "실질적인 주인인 강석문(姜錫文)쌍용화재 회장의 책임회피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일생명 이명현(李明賢)사장은 9일 "姜회장은 자금을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발을 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姜회장은 "나는 한일생명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분쟁이 벌어진 것은 한일생명의 명목상 대주주는 호크아이즈홀딩스라는 컨설팅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일생명·호크아이즈측은 모두 "호크아이즈는 이름만 빌려준 것이고 모든 것은 姜회장이 알아서 했다"고 주장했다.

◇발단=쌍용그룹은 지난 2월 부실 계열사였던 한일생명 지분 75%를 단돈 4원에 호크아이즈에 매각했다. 대신 한일생명을 살리기 위해 매수자가 1백50억원의 자금을 집어넣고 쌍용도 1백억원을 지원하는 조건이었다. 이 중 2백억원은 이미 지원이 이뤄졌지만 호크아이즈가 이달 말까지 내야 하는 나머지 50억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한일생명 李사장은 "姜회장이 나를 사장으로 스카우트했고, 한일생명의 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며 "姜회장이 진짜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자본금 5억원짜리 회사인 호크아이즈가 한일생명에 1백억원을 투자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姜회장은 "나는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더이상의 설명은 피했다.

◇파장=끝내 50억원이 지원되지 않아 한일생명이 문을 닫을 경우 국민 세금으로 공적자금이 들어가야 한다. 금감원은 일단 이달 말까지 기다려 본 뒤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일생명이 퇴출될 경우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한일생명에 직원을 보내 대주주가 혹시라도 회사 돈을 빼가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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