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 D-100'에 걱정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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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부터 16대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열린다.1백일 뒤면 국민은 21세기 한국을 이끌 새 국가지도자를 뽑게 된다. 그러나 민심은 선택의 기대와 흥분보다 우울과 답답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DJ·반창(反昌)·반노(反盧) 캠페인에는 상대에 대한 혐오와 적개심이 넘치고 있다. 흠집 내기와 반사이익의 네거티브 전략만이 판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제 '대선 D-100일'을 맞아 후보들은 선거 분위기의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한다. 국가 장래와 명운을 맡을 새 시대의 리더십을 내놓고 비전과 정책 대결로 선거 흐름을 바꿔야 한다.

올 대선은 3金시대 이후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 30년간 한국 정치의 성취와 좌절의 상징이었던 3金정치가 막을 내리고 정치 패러다임을 새롭게 짜는 선거인 것이다. 지역감정과 연고를 앞세운 갈등의 정치, 가신 위주의 밀실 정치, 제왕적 행태의 보스 정치라는 낡은 틀을 깨는 역사적 기회이기도 하다.

후보들의 캠페인에는 정치문화의 진정한 도약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이 담겨야 하고 그것으로 경쟁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민주화 대 산업화, 보수 대 진보라는 우리 사회의 오랜 대립과 반목을 정리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국가 진운의 정책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대선 정국은 여전히 예측 불확실성으로 차있다. 이회창·노무현·정몽준·권영길 후보의 다자 구도로 짜이고 있지만 합종연횡의 여러 시나리오가 등장할 만큼 정리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병풍(兵風),공적자금 국정조사, 다양한 남북행사를 둘러싼 신북풍(新北風) 논란 등 돌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 우여곡절과 혼선이 불가피하다. 그럴수록 후보들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사생결단의 자세를 버리고 이번 대선의 의미에 충실해야 한다. 국민이 정치사적 선택에 흔쾌히 나설 수 있는 정책대결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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