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출발! '거포'최희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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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희섭(23·시카고 컵스)이 메이저리그 타자로서의 신고식을 홈런 한방으로 멋지게 장식했다.

최희섭은 9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회초 2사후 상대 선발투수 제이슨 사이몬타치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시속 1백48㎞짜리 강속구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날아들자 최희섭의 방망이는 주저없이 돌아갔다. 1백32m짜리 대형홈런이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최희섭은 타구의 끝을 응시한 뒤 여유있게 그라운드를 돌았고, 홈 플레이트를 밟는 순간에는 왼손 검지손가락을 허공으로 치켜올리며 감격의 홈런 세리머니를 했다.

메이저리그 승격 후 다섯경기 일곱타석만의 첫 안타는 이처럼 장쾌한 홈런이었다. 최희섭의 홈런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로서는 투수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LA 다저스 시절이던 2000년 두차례 홈런을 친 이후 세번째로 기록됐다.

지난 4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대수비로 빅리그에 첫 출장한 최희섭은 그동안 타격감을 잡지 못해 삼진(두차례)과 범타로 물러났다.

최희섭은 이날 카디널스전에서는 처음으로 선발 1루수로 출전했다. 비록 주전 1루수 프레드 맥그리프의 피로를 감안한 대타 기용이었으나 새미 소사·모이제스 알루에 이은 클린업 트리오의 일원(5번 타자)으로 출전한 최희섭으로서는 타격감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2회초 무사 1루에서 첫 타석을 맞은 최희섭은 오른쪽 외야 파울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큼지막한 파울타구를 날린 뒤 결국 2루 땅볼로 병살타를 치고 말았다.

4회초 2사후 두번째 타석에서도 2루 땅볼로 물러났던 최희섭은 0-2로 뒤진 7회초 추격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귀중한 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시카고 컵스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1-3으로 패했다.

최희섭의 이번 홈런은 아시아 선수도 메이저리그의 '슬러거'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현지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동안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신조 쓰요시(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일본인 타자들은 빠른 발과 똑딱이 타법으로 거포들의 틈새를 비집으며 성공적으로 빅리그에 적응했다. 그러나 이들이 플레이메이커라는 제한적 역할을 맡는 것과는 달리 최희섭은 1m96㎝·1백4㎏의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를 바탕으로 타선의 '중심'에 위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소속팀의 주전 1루수 맥그리프가 39세의 노장이라는 점도 최희섭의 입지를 넓혀준다.

브루스 킴 컵스 감독은 "최희섭이 빅리그에 올라온 뒤 수비는 물론이고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은 '최희섭의 날'"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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