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예술가들 생생한 기록 100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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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1992년부터 99년까지 대한매일에 일주일에 한번씩 통면으로 연재되며 화제를 모았던 저자의 예술가 탐구 시리즈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시리즈에서 다룬 인물은 2백40여명이었으나 1백명으로 추렸다. 문학·미술·연극·무용·음악·국악·건축 등 예술 전분야에 걸쳐 굵직한 획을 그은 이 시대 문화계의 산증인들이 망라됐다.

수십년간의 현장 취재 경험을 거쳐 신문사 논설위원까지 거친 저자의 필력은 유려한 문체에서 확인된다. 그만큼 쉽게 빨리 읽힌다. 시리즈는 90년대에 쓰여졌지만 예술인 탐구를 통해 추적한 시간은 60~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간이 단순한 예술인들의 작품 세계·근황을 다룬 취재 보고서가 아니라 이 시대 문화예술계 이면의 역사이자 기록으로 읽히는 이유다.

두번째로 등장하는 시인 고은 순서는 기록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된다. 술만 취하면 옷을 훌훌 벗어던진 기행, 까닭없이 두세시간 웃어 제끼거나, 반대로 통한의 울음을 울었던 극과 극의 주란(酒亂), 퇴폐와 방황을 가감없이 밝혀 놓았다. 인터뷰를 절대 사양했던 황순원 취재, 89년 75세의 나이로 대하소설 『고려왕조 5백년』 14권을 출간해 문단을 놀라게 했던 소설가 장덕조의 얘기도 눈길을 끈다.

에피큐리언이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신봉한 정신적 쾌락주의자를 말한다. 바로 신간에서 다룬 예술가들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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