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사전에 만기 연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우리은행이 원금이나 이자를 연체할 가능성이 큰 개인 등을 대상으로 미리 빚 상환 일정을 조정해 주는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제도를 오는 10일 시행한다. 은행권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은행은 잠재부실여신으로 분류된 대출 가운데 향후 정상화 가능성이 큰 개인과 개인사업자의 대출에 대해 개별적으로 만기를 연장해 주고, 금리도 깎아 주는 프리워크아웃제도를 실시키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잠재부실여신이란 현재는 채무상환에 문제가 없지만 채무자의 소득 급감이나 담보가치 하락 등으로 조만간 원금이나 이자를 갚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이나 기업의 대출을 말한다. 예컨대 2002년 부동산 붐이 일 때 2억원짜리 빌라를 담보로 1억원을 빌렸으나 그 사이 빌라값이 30~40% 떨어졌다면 이 채무자는 3년 만기가 되는 올해엔 담보가치 하락분(빌린 돈의 30~40%)을 우선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갚을 여력이 없을 경우 은행은 이를 잠재부실여신으로 분류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최근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담보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나 지난해 성매매특별법 도입 등의 여파로 원금상환이 힘든 숙박업과 음식업 분야의 소규모 자영업자(SOHO)들이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전체 가계.중소기업 대출(58조원)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42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프리워크아웃 대상 대출 규모는 가계 3조원(빌라 담보대출 1조3000억원, 담보가치 하락 주택 1조7000억원)과 개인사업자 3조원(숙박업 1조6000억원, 음식업 1조원, 목욕탕업 4000억원) 등 모두 6조원으로 추산된다.

우리은행은 ▶신용불량자의 경우 이자를 납부할 수 있으면 만기 3개월 연장, 빚을 일부 갚으면 만기 6개월 이상 연장▶연체자 중 소득이 있으면 정상거래자로 간주해 만기 연장▶담보가치가 급락한 채무자는 이자 납부시 정상화 추진 등 다양한 연체 유형별 심사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순우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은 "올해 금융권 전체에 만기가 돌아오는 중소기업.가계 대출 규모가 315조원이며 이 가운데 150조원이 상반기에 만기 도래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과 영세사업자의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와 함께 기업별 여신한도를 사전에 설정해 운용하는 여신한도 사전 예고제를 SOHO까지 확대 적용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지난해보다 20% 많은 5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