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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대재앙] 영국 언론이 본 국제사회 지원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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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 구호를 위한 모금 활동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 프랑스인이 6일 프랑스 남부 한 소도시 상점에 마련된 모금함에 돈을 넣고 있다.[프랑스 남부AP=연합]

쓰나미 피해자를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의연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유엔 인도적 지원담당 사무차장인 얀 에겔란트는 "세계가 하나된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은 유럽 중심의 시각으로 지원 '붐'이 일어난 배경을 분석했다.

①크리스마스 직후의 참사=크리스마스(12월 25일)는 서구인들이 기독교의 이웃사랑을 가장 깊이 되새기는 날이다. 게다가 연말은 선물.파티 등으로 흥청망청 돈을 쓰는 시기다. 이 때문에 누구나 "얼마 안 되는데…"라는 생각에 선뜻 의연금을 냈다.

②참사 규모가 충격적=순식간에 방대한 지역에서 수만명이 희생됐다(현재는 사망자만 15만명으로 집계된다). 특히 어린이 희생자가 많아 더욱 아픔이 컸다.

③이데올로기와 무관=테러리스트.독재자 등 특정 집단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 아니었기에 누구나 편견 없이 기부금을 낼 수 있었다.

④유럽인이 호감을 지닌 지역=인도양 주변 지역은 대부분 제2차세계대전 이전 유럽의 식민지였다. 독립 후에도 유럽인의 휴양지로 좋은 이미지를 지닌 곳이다.

⑤언론이 자국 희생자들을 집중 조명=많은 유럽인이 연말 휴가를 맞아 놀러갔다가 피해를 봤다. 서구 언론들은 자국민의 구사일생 탈출기와 애잔한 사연을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⑥디지털화로 기부금 송금이 간단=많은 사람이 인터넷.전화로 카드 번호를 입력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기부를 했다. 과거와 달리 단체 기부금보다 개인 기부금이 훨씬 많았다.

⑦ 남아시아인들이 유럽에 많이 거주=인도 등 피해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기부활동을 선도했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참상을 알리고, 자신들의 가게에 모금통을 설치하는 등 적극 나섰다.

⑧국민적 자존심=정치인.관료들이 자선을 호소하는 강요된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상황 파악이 늦었던 영국 정부는 사건 직후 100만파운드(약 20억원)를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자 많은 국민이 "쩨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발적인 모금운동이 벌어졌다.

⑨참사는'신의 경고'=참사 규모가 워낙 커 신의 경고로 해석하는 경향이 생겼다. 희생자를 돕는 게 신의 뜻에 따르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확산됐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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