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 목소리… "올해 화두는 선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2005년 새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모처럼 공통 화두를 잡았다. 화두는 선진화다. 양측이 올해 가장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추진할 어젠다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주요 국정 목표로 '선진한국'과 '선진경제'를 잇따라 제시하자 한나라당은 싫지 않은 표정이면서도 "선진화는 한나라당의 저작권 아니냐"고 주장했다. 여야 양쪽에서 "정치권이 일제히 선진화를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어렵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가 모이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6일 상임운영위에서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국가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며 "(노 대통령이)양해도 받지 않고 선진이란 말을 쓴 것을 보면 선진이 얼마나 타당성 있는 개념인지가 입증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도 "우리가 주창하는 선진화엔 법치와 자유주의.시장경제라는 확고한 신념이 바탕에 깔려 있다"며 "대통령도 우리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믿고 싶고, 이런 선진화 노력에 대통령도 동참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선 새 당명으로 '선진한국당'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에 대해 "선진한국이란 말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여러 기회에 말해 왔던 것"이라며 "선진한국의 개념을 한나라당이 특허낸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 수석은 "다만 노 대통령이 올해 들어 특별히 이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이 경제규모 세계 11위이고, 반도체.조선.자동차.정보기술 등 선진국 핵심 산업 분야에서 선두 또는 5위, 10위 이내에 있는 등 (우리나라가)중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났다는 상황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그의 국정운용 기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숭실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잇따른 해외 순방을 통해 경제와 기업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고, 그래서 올해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 같다"며 "청와대와 야당이 말하는 선진화가 서로 다른 모습일지는 몰라도 결국 경제를 중시하겠다는 점에선 같은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