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시대 거장 렘브란트·루벤스 등 유럽 홍수가 삼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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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세계 곳곳의 미술관 소장품들이 물난리 이후에도 계속 불안한 신세다. 판손된 상태가 심각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상 최초로 연 '홍수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도 바로 이 '물 든 미술관들' 이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인류가 손꼽는 문화유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미술관들을 수마가 할퀴고 지나갔으니 그 놀람과 피해는 말로 다 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8월 24일자는 '홍수와 미술품-물 밑의 보물들'이란 제목으로 수해 복구에 몸부림치고 있는 유럽 미술관들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뿐 아니라 고서들이 빽빽한 도서관들도 피해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나, 결과는 비관적이다. 영웅적인 구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걸작품 다수가 복원할 수 없게 망가졌다는 것이다.

방주를 지은 '구약성서'의 노아를 연상케 할 만큼 미술관 학예연구사들이 필사적으로 애썼으나 값어치를 환산할 수도 없는 명작들이 물 밑으로 사라졌다.

독일 드레스덴의 미술관과 화랑들의 경우, 소방대원과 경찰에다 자원봉사자들까지 동원돼 미술품 구출 작전을 벌여 2만 점이 넘는 유물을 건졌으나, 수십 점의 그림과 조각이 결국 부서졌다. 렘브란트와 루벤스 등 바로크 시대 거장들의 그림이 불어난 엘베강의 물세례로 그 빛을 잃었다.

문화재보존연구소와 미술품복원 공방 등은 밀려드는 훼손 미술품들로 24시간 가동해도 일손이 달릴 지경이다.

1890년 이래 최악의 홍수 사태를 겪은 프라하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 목록에 올라있는 '르네상스 도시들'이 물살에 휩쓸려 건물과 다리 등 거리에 서있던 미술품들이 손상됐다.

수백, 수천년에 걸쳐 제작된 미술품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 광경을 봤다면 "예술은 짧고, 자연은 길다"고 했을까.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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