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달 26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지구촌의 환경보전과 빈곤퇴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지구정상회의'가 개최되고 있다.'하나뿐인 지구'의 보전 없이 인간의 장래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환경보전 문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지구촌의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빈곤의 퇴치는 시급한 일임에 분명하다.

현재 이 지구촌에는 12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1달러 이하의 생계비로 생활하고 있으며, 11억 세계인구가 영양실조로 시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현재 15억에 달하는 사람들이 물 부족지역에서 고생하고 있으며, 2015년께에 이르면 적어도 세계 인구의 40%가 기초생활에 필요한 물을 구하기 힘들거나 거의 불가능한 나라에 살게 될 것이라고 유엔은 추정하고 있다.

또한 지구촌의 온난화 현상으로 세계 곳곳에 대홍수·가뭄·폭설 등의 재해가 빈번해지고 있으며, 일부 아프리카 지역은 매년 10㎢에 달하는 사막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하니 지구촌 가족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이미 10년 전 환경과 발전에 관한 브라질의 리우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환경파괴 방지와 생태계 보전에 관한 원칙적 합의가 있었으나 지난 10년 동안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등 선·후진국 공히 지구촌 환경파괴 방지를 위한 효과있는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절대빈곤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 최빈국들에 대한 지구촌 차원의 구체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어 국가간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행히도 이번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 또한 대세를 가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의 마련보다는 오히려 말의 성찬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비관론이 회의 시작 전부터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경제규모 면에서나 이산화탄소 등 공해물질 배출 규모 면에서 볼 때 이 회의의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의 소극적 자세 때문이다. 더욱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의무를 부과하는 국제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에 서명을 거부한 부시 대통령의 동회의 불참으로 많은 사람이 더욱 실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스런 것은 부시 행정부가 매년 줄어든 미국의 대외 원조규모를 크게 늘리겠다는 계획을 이미 확정한 바 있어 빈곤퇴치에 대한 문제의식만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어쨌든 지구촌의 모든 나라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와 관계 없이 개별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하는 수밖에 없다. 하나뿐인 지구 보전을 위한 노력은 물과 에너지 등 물자를 아껴쓰는 것과 같은 개인들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우선 교토의정서의 비준에 따르는 의무를 다 할 수 있는 준비를 철저히 함과 동시에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에너지 사용 효율성을 제고하고 수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적절한 가격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개도국 원조는 1970년 유엔총회에서 결정된 국민총생산(GNP)의 0.7% 수준에 10분의 1에도 채 못미치는 0.06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공적개발 원조액을 매년 일정수준 올려나가는 연차 계획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원조를 주는 방법과 그 대상에 관한 명확한 기준도 설정해야 한다.미국의 경우를 보면 부패하지 않고 인권보장과 법치가 이뤄지는 나라, 교육·의료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되는 나라, 그리고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며 경제 자유도가 높은 나라에만 원조를 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개도국 원조가 "잘 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모아 못사는 나라의 잘 사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구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하나뿐인 지구 보전노력에 솔선수범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