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개 국제고 선발요강을 분석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올해 국제고 선발전형이 외고 처럼 입학사정관제 형식의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바뀌었다. 영어 내신과 출결로만 1단계 통과 여부를 가린 뒤, 학교생활기록부·학습계획서·추천서를 바탕으로 면접을 봐 합격자를 선발한다. 특별전형과 각종 가산점이 폐지돼 해외유학 경험, 영어인증시험 고득점, 경시대회 수상 등이 우대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전국 6개교 국제고의 입시전형을 분석했다.

양적 평가 아닌 질적 평가가 핵심될 듯

 올해 국제고 입시전형 1단계에서는 9등급으로 분류한 영어 내신만으로 2단계 면접 대상자를 뽑는다. 입시 전문가들은 2·3학년 4개 학기 영어내신 평균이 최소 2등급 이내는 돼야 1단계에서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영어내신은 한 학기 당 40점 만점으로, 2등급이 되면 1.6점의 감점이 있다. 이렇다 보니 지원자의 1단계 통과 여부를 가리는 변수는 출결 점수다.

 1단계 영어내신 총점에서 출결 점수를 뺀 점수 서열로 통과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부산국제고는 1일 무단결석을 하면 1점, 청심국제고는 0.5점 감점된다. 인증시험 점수, 대회 수상실적 등의 반영이 모두 배제된 올해 입시에서는 출결 사항이 학업능력 우수생을 선별하는 첫 번째 관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2단계에선 면접으로 합격생을 선별한다. 1단계 점수와 면접 점수를 합친 총점으로 서열을 정한다. 학교생활기록부·학습계획서·학교장/교사추천서가 심사 자료다. 학교생활기록부는 영어를 제외한 모든 교과목의 성적, 인증시험 점수(등급), 수상실적 내용이 삭제돼 제출된다. 생활기록부 내용 가운데 창의적재량활동·특별활동·체험학습·독서활동, 그리고 학생의 행동특성에 대한 종합의견이 주요 심사 자료가 된다.

 인천국제고 고재효 입학전형담당 교사는 “올해 입시는 양이 아닌 질적 평가가 핵심”이라며 “자신의 진로계획을 심사숙고해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입학 후 적성이 맞지 않아 자퇴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국제변호사·국제기구·국제이슈 등 국제고가 원하는 인재상에 적합한 학생들이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작년 경쟁률·1단계 선발배수 챙겨야

 국제고에 지원하기 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지난해 경쟁률과 1단계 선발배수다. 부산·서울·인천·청심 등 4개 국제고의 평균 경쟁률은 2008학년도 3.8대 1에서 2009학년도와 지난해는 3.0대 1로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3년 간 부산국제고는 3.23→2.97→2.68로 내림세가 이어졌고, 서울국제고는 3.37→2.91→2.95로, 청심국제고는 4.43→1.19→1.41로 하향세를 보였다.

 올해 신설된 두 학교를 제외한 4개 국제고의 지원자 수도 2008학년도 1964명에서 2009학년도 1726명으로 감소세다. 입시전문가들은 외고나 자율고에 비해 국제고의 차별화된 강점과 매력이 적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인천국제고는 유일하게 경쟁률이 3.99→5.04→5.15로 상승세다. 인천지역에 별다른 특목고가 없어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지원여부 가늠에는 1단계 통과인원 수도 고려해야 한다. 부산·인천·고양·화성 국제고는 1.5배수를, 서울·청심 국제고는 2배수를 2단계 면접대상자로 선발한다. 1단계 통과인원 수, 지난해 경쟁률 추이, 지원자들의 영어 내신 분포를 함께 고려해 1단계 합격선을 계산해야 한다. 국제고는 외고와 달리 일부 교과를 제외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 이는국제고 지원자들이 대부분 영어 능력 우수자들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원자들 간의 영어내신 격차가 외고보다 더 적을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올해 영어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해외 조기유학생들의 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합격의 변수다. 이들을 우대하는 각종 특별전형(학교장 추천, 국제화, 귀국자, 영어·외국어 우수자 등)이 올해 입시에서 폐지돼서다.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이지원 연구원은 “국내 대학 진학을 고려중이면 일반고나 자율고를, 해외 대학이나 국제계열 학부로의 진학을 원하면 국제고나 외고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대학·유학·전공·진로 등을 따져보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갖춘 학교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올해 국제고 입시에서는 영어내신과 지난해 경쟁률을 참조해 지원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사진은 청심국제고 학생들의 수업 모습.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최명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