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동 손발 착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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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대학과 기업이 만나면?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에이티티 알엔디의 김만식 사장은 요즘 그 답을 체득하고 있다. 다음달 초 한양대와 회사가 같이 연구개발한 4인승 전기자동차 20대가 하와이로 선적되기 때문이다.

그는 1997년 회사를 설립하고 곧바로 평소 기술 관련 자문을 구하던 한양대 다원최적화연구소를 찾았다. 전기자동차의 핵심기술인 최적경량화를 위해서는 원천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자동차 기술의 핵심인 충격완화장치 '로워콘트롤암의 위상 최적화 설계기술'도 개발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5년 후인 올해 초 한번 충전하면 60㎞를 주행할 수 있는 2~8인승 전기자동차와 트럭이 성공적으로 개발됐다.

金사장은 "기술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요즘 이같은 산학협동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고 말하면서 올해 목표했던 매출 70억원은 무난할 것으로 자신했다.

조만간 미국 본토와 유럽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이들 지역 관련업체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벌써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金사장은 말했다.

제일제당은 지난 1월 상품화에 성공한 면역활성화 건강식품인 '엑티바디'를 최근 롯데백화점 등 유통망을 통해 출시했다. 현미에서 추출한 면역활성화소재 '아라비노자일란'을 캡슐 형태로 식품화한 이 제품은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효능이 커 국민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그러나 엑티바디의 상품화는 연세대 생물산업소재연구센터 황재관 (생명공학)교수가 지난 3년여 동안 연구한 기초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난 연말 제일제당은 黃교수의 '면역소재의 효율적 생산을 위한 기초기술'에 관심을 갖고 공동연구를 제안했고, 몇달 후 黃교수의 기술은 건강식품으로 거듭나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제일제당 건강식품팀 이진희 박사는 "기업이 기초기술까지 개발하려 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술이 곧 경쟁력인 현실에서 이처럼 대학이 개발한 기초기술을 상품화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www.smba.go.kr) 조사에 따르면 전국 20개 대학 기술이전센터는 지난 1년 동안 각 기업에 1백여건의 기술을 이전했다.

<표 참조>

이미 개발돼 앞으로 이전을 기다리고 있는 기술도 2천5백여건에 달한다.

90년대 말까지 국내 대학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한 예는 포항공대외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중기청이 대학기술의 기업이전을 목표로 2000년에 전국 20개 대학을 선정, 대학기술이전센터를 설치토록 하고 대학별로 4천5백만~6천만원씩 자금지원(지난해 기준)을 하면서 활발해졌다.

이전 기술은 대부분 미래 첨단산업 분야와 관련된 것들이다. 예컨대 포항공대는 나노(10억분의1)미터 수준의 패턴형성과 관련된 기술을 지난 1월 ㈜바이오샘에 이전한 것을 비롯,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화학·바이오·나노·정보기술(IT)·의약 등 분야의 27개 기술을 관련 기업에 이전했다.

또 한양대는 지문 및 얼굴 인식 기술과 방사선필름 영상처리시스템 등 8개 기술을, 성균관대는 수출버섯류 자동등급 선별 관련 기술 등 4건을, 연세대는 미생물농약제조기술 등 3건을 각각 이전했다.

중소기업청 정상기 사무관은 "산학협동은 기업 기술의 국제경쟁력인 만큼 대학기술이전센터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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