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연가
유자효
아는가
칼이여
우리네 인생에는
이 악물고 잘라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피눈물 흩뿌린 후회
한이 되어 맺힌다
진정한 사랑일수록 끊어내고 베어내어
온 몸에 피 흘리며 진실만이 남았을 때
비로소 건져 올리는 그 소중한 믿음 하나
서투른 칼잡이는 목숨을 앗아가나
잘 쓰면 숱한 사람 살리고 지키나니
세상을 건질 무사여
그는 어디 숨었나
◇시작노트
칼은 두렵다. 칼은 목숨을 앗아간다. 베고 자르고 찌르기 위해 칼은 있다.
칼은 비정하다. 서릿발같은 칼날엔 단호함이 서린다. 우리네 인생에는 때로 이런 단호함이 필요하다. 분명함이 필요하다. 서릿발같은 비정함이 필요하다. 그것이 많 은 후회를 남기기도 하고, 한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것이 인생이다. 진실이란 무엇 인가?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짓이겨졌을 때 남는 믿음 같은 것일 것이다. 모든 가식을, 허위를, 거짓을 모조리 잘라내야 하 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치는 세상의 경영에도 필요하다. 이만한 진정성과 희 생이 요구되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칼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칼을 가진 검객은 과연 없는 것인가? 이 어지러운 시대의 한복판에서 세상을 건질 검객을 대망한다.
◇ 약력
▶1947년 부산 출생
▶68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조집 『내 영혼은』 등
▶현대시조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