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일병 의문사, 진실은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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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20일 발표한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 중간조사 발표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반론이 제기됐다. 의문사위원회는 1984년 4월 2일 새벽 중대 막사의 회식자리에서 한 술취한 하사관의 총격으로 사망한 許일병의 시신을 그날 오전에 부대 내 폐유류고로 옮겨 두 발의 총격을 더 가해 자살로 위장한 사건을 군이 18년간 조직적으로 은폐해 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사건현장에 있었던 부대원 13명 중 9명을 취재한 결과 조직적 은폐조작은 없었으며, 문제의 하사관은 총격을 부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문사위원회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오는 9월 1일 현장검증 후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고 자신하고 있다. 우리는 두 개의 상충하는 주장 중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예단할 충분한 자료가 없다. 다만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가공권력의 남용에 따라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신원작업을 맡은 의문사위원회의 진상규명 발표라면 또다른 의문을 낳지 않을 만큼 엄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의문사위원회는 국민적 공분(公憤)을 일으킨 이 사건의 진상 발표가 며칠 사이에 도전을 받은 점에 대해 석명(釋明)해야 한다. 우선 양측 사이에 매우 차이가 나는 사건 정황의 정확한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자살인지, 타살인지가 명백해진다. 타살일 경우 누가 가해자인지, 왜 어떻게 조작돼 그 오랜 세월 은폐될 수 있었는지가 규명될 것이다. 위원회는 지난 27일부터 가동된 국방부 특별조사위와의 공동조사도 고려해봄직하다. 사건의 진실을 명백히 밝혀 뒷말이 안나오게 하는 것이 억울한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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