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집들이 음식 준비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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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집들이'압력이 들어온다. 하지만 새색시는 신혼살림으로 장만한 고성능 전기밥솥조차 생소하다. 독촉하는 주변 사람들이 야속하지만 피할 수만은 없는 일. 어차피 당할 일이라면 멋들어지게 해결하자.'똑소리나는 살림꾼'으로 신고식을 하는 것이다.

요리연구가 이홍란씨는 "요리를 해보지 않은 요즘 젊은 여성들은 집들이에 큰 부담을 갖는 것 같다"며 "한달 가량의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은 뒤 행사를 치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음식을 장만하려고 애쓰지 말 것을 우선 권한다.

잘 하지도 못하는 음식을 이것 저것 벌이기보다 한가지 음식이라도 똑 부러지게 차려내는 게 좋다는 뜻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요리 실력을 자백하고 도움을 얻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시어머니 등 시댁 식구들에겐 남편을 통해 '요리에 관해선 초짜 며느리'임을 은근히 알려둔다. 며느리 음식솜씨를 크게 기대하지 않도록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집들이 초대 손님들의 순서를 정하는 것도 요령이란다. 한솥밥을 먹던 친정 식구들부터 시험적으로 초대하면 좋겠지만 시댁식구들에게 미리 인사하는 게 우리나라 정서에 무난하다.

시댁 식구도 이제는 한 가족이 된 만큼 허물이 있더라도 눈감아줄 수 있는'내 편'이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 다음 초대 손님은 남편이나 자신의 직장동료가 좋고 이들도 부담스러우면 절친한 친구들을 먼저 맞이하는 것도 괜찮다고 한다.

이씨는 이를 전제로 시댁식구·직장 동료·친구들에게 각각 어울릴 만한 집들이 음식 세가지를 제안했다(4인분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초대 손님이 많으면 재료의 양은 비율에 맞춰 조정할 것).시댁 손님들은 어른인 경우가 많으므로 한식의 기본격인 불고기로, 직장 동료는 맥주 안주용으로 골뱅이무침과 소면으로, 친구들에겐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파스타로 요리 솜씨를 뽐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씨는 "연세가 지긋한 어른들은 상다리가 휘도록 푸짐하게 차려내야 대접을 받았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교자상 하나에다 온갖 음식을 한꺼번에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결혼한 여자친구를 초대할 땐 아이를 데려올 것인지를 미리 확인하고 음료수나 과자를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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