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힘 보여주마" 강동희 불꽃 담금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여름의 뒤끝, 프로농구 노장 강동희(36·LG 세이커스)의 마음은 벌써 늦가을에 닿아 있다. 2002~2003시즌 개막일(10월 26일)이 두달이나 남았지만 여유가 없다.

그는 "올시즌, 10년 넘게 누려온 스타의 삶을 평가받고 남은 농구인생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동희는 1991년 모비스 오토몬스의 전신인 기아에 입단한 뒤 실업·프로 12년 동안 베스트5 11번, 어시스트상 10회 수상 등을 기록하며 당대 최고의 가드로 자리잡았다. 99년에는 프로농구 최초로 1천 어시스트를 달성했고, 지난 시즌까지 1천7백67어시스트로 매 경기 새 기록을 써왔다.

지난해에는 자유계약(FA)선수가 돼 오토몬스와 연봉 2억5천만원에 3년 계약을 했고, 향후 지도자 지위까지 보장받았다. 하지만 팀의 '정규리그 최하위'라는 암초가 그의 농구인생을 흔들었다.

감독 교체를 시작으로 전면적인 팀 개편에 돌입한 구단에서는 5월 연봉협상시 팀성적 저조를 이유로 강동희에게 연봉을 1억5천만원으로 삭감해 제시했다. 지도자 지위를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백지화했다. 강동희는 곧 팀을 이탈했고 10여일간 잠적했다.

"팀의 처사에 허탈했고 자신이 너무 초라해졌죠. 무엇보다 선수생활을 마무리해갈 서른여섯 나이에 가장 큰 방황을 한다는 게 억울했습니다."

매일 술과 씨름했다. 결론은 다른 구단행이었다. 마침 세이커스에서 그를 원했고 오토몬스 역시 오성식과의 맞트레이드를 받아들여 12년간 정든 터전을 떠났다.

세이커스와는 연봉 1억7천만원에 2년 계약을 했다. 지도자 자리에 대한 보장도 뚜렷하지 않다.

그는 "스타 강동희는 이제 없다"고 말한다. "오직 농구선수 강동희가 죽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 그는 체중과 씨름하고 있다. 체육관 체중계 앞에 적혀있는 목표 체중은 90㎏. 아직 5㎏을 더 빼야 한다.

김태환 감독은 "타고난 테크니션이 각오까지 새로 했으니 벤치에서 할 일이 30%는 줄어들 것"이라며 강동희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코트의 마법사' 강동희, 빛나는 눈빛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그의 심정을 대변해준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