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대륙 아프리카에 정말 화해 바람이 부나요 닻 올린 AU<아프리카연합> 적극 중재로 종족 다툼 속속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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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내전과 국가간 분쟁에 시달리던 아프리카에 화해와 평화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어떤 나라에서 평화가 오고 있는 거죠?

우선 아프리카 7개국간 국제분쟁인 중앙아프리카 분쟁이 4년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어요. 주요 전쟁당사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이 지난달 30일 르완다와 평화협정에 서명한 데 이어 이달 초엔 또 다른 교전상대국인 우간다와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어요.

아프리카의 최장기 내전국인 수단도 최근 정부가 남부지역의 기독교 반군과 '주민투표를 통한 분리독립안'에 합의했습니다. 소말리아도 다음달 각 반군 파벌지도자들이 평화회담을 열기로 했답니다.

또 지난 4월에는 앙골라가 반군 앙골라완전독립동맹(UNITA)과 무장해제에 전격 합의해 평화의 길에 들어서는 등 아프리카 곳곳에서 '평화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올해 초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집계한 아프리카의 국가간 분쟁과 내전은 각각 7곳과 11곳이었는데 그중 9곳에서 화해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2.그동안 피해가 엄청났을 텐데 그들은 도대체 왜 싸운 거죠?

그동안 1백만명 이상의 인종학살 피해자를 낳은 중앙아프리카 분쟁은 최근 아프리카의 최대 분쟁입니다. 출발은 르완다죠. 르완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후투족과 투치족은 1962년 르완다가 독립한 직후부터 다퉈왔어요. 그런데 94년 4월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암살되자 정부군이 약 50만명의 투치족을 무자비하게 학살했어요. 분노한 투치족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 3개월 만에 후투족 정권을 몰아냈답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었죠. 두 종족의 분쟁은 브룬디로 확대돼 투치족이 군부 쿠데타로 후투족 대통령을 몰아냈습니다. 양국에서 쫓겨난 후투족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재집결해 국경 너머로 공격해 들어가자 르완다는 98년 8월 반군 소탕을 명분으로 아예 콩고민주공화국 침공에 나섰죠. 이에 브룬디와 우간다가 르완다를 도와 파병하고 앙골라·짐바브웨·나미비아가 콩고민주공화국을 거들면서 순식간에 국제분쟁으로 확대된 겁니다.

독립 이래 46년간 계속된 수단 내전도 기본적으로 민족간 대립이란 점에서 감정적 골이 깊은 건 똑같아요. 이슬람교도인 아랍민족(정부 측)과 토착 흑인(딩카족) 기독교도(반군)간 종교전쟁의 성격까지 띠고 있어요. 반군 측은 분리해 새 나라를 세우길 원하고 있어요.

아프리카 유일의 단일 민족국가인 소말리아는 원래 단합이 잘 된 나라였는데 77년 소말리아인이 많이 사는 에티오피아의 오가덴 지방을 되찾으려고 에티오피아와 전쟁을 벌였다가 패하고 난 뒤 소부족·군벌로 사분오열돼 무정부 상태에 빠졌습니다.

3.길게는 수십년까지 끌던 아프리카 각국의 분쟁이 갑자기 화해 무드로 바뀐 이유는 뭔가요?

무엇보다 아프리카 대륙 자체의 해결노력이 돋보여요. 아프리카연합(AU)이 평화중재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AU는 지난달 출범 선언문 제7조에서 '아프리카 대륙을 괴롭혀온 분쟁을 건설적으로 치유해 나가자'고 밝힌대로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번 콩고민주공화국과 브룬디의 평화협상 중재자로 나섰어요. 케냐는 수단과 소말리아의 협상 성사를 이끌었고요.

물론 감춰진 동기가 있어요. 수백억달러의 원조를 요청하고 있는 AU로서는 평화와 민주주의, 법질서 확립 등 선진국들이 내건 조건을 먼저 충족시켜야 하거든요. 분쟁 당사국들도 피폐된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원조가 절실한 상황이죠. 당장 중앙아프리카 분쟁 해결과정에서 세계은행이 4억5천만달러의 원조를 조건으로 내건 것이 휼륭한 '당근'으로 작용했어요. 유엔 및 다국적 평화유지활동(PKO)과 국제사회의 압력도 컸고요.

4.아프리카에 다른 분쟁국가들은 없나요?

민선대통령에 반대해 여러 군벌이 10여년간 저항했던 시에라리온의 내전도 올 1월 반군 군벌들의 무장해제를 끝으로 해결됐어요. 차드도 남부 기독교 반군 및 북부 이슬람 군벌이 각각 정부 측과 평화협정을 맺으며 일단 심각한 상황은 벗어났고요.

하지만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는 이슬람 원리주의 반군인 이슬람무장그룹(GIA)이 여전히 테러를 벌이고 있습니다. 또 19세기에 제국주의 열강이 마음대로 그은 국경 때문에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국경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우간다 반군인 '신의 저항군(LRA)'이 수단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을 벌여 수단과 우간다간 분쟁으로 번진 것처럼 아프리카에서 내전은 인접국과의 분쟁으로 쉽게 번지고 있답니다.

5.현재의 평화 무드가 완전히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가장 어려운 문제네요. 지금의 도미노 평화가 지금까지 반복된 일회성 평화와 달라 보이는 것은 분명해요.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AU가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점도 큰 차이죠. AU는 산하에 평화안보위원회와 평화유지군을 창설해 회원국 내부의 평화·인권·민주주의 감시활동을 펴기로 이미 약속했어요.이에 따라 남아공은 콩고민주공화국에 1천5백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키로 했고, 가나와 세네갈도 병력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하지만 당장 협정대로 콩고민주공화국이 수만명의 르완다 반군(후투족)을 무장해제시켜 르완다 정부에 넘기면 학살 혐의로 재판에 회부될 것이 뻔해 반군이 순순히 응하지 않을 거예요. 브룬디에선 여전히 정부군과 반군이 교전을 벌이고 있어요. 아프리카 분쟁은 역사가 긴 만큼 식민지 유산과 종족·종교·지하자원 등 복잡한 요인이 뒤섞여 해결의 실타래를 풀기가 결코 쉽지 않답니다.

◇아프리카 분쟁에 관한 좀 더 상세한 정보는 아래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아보세요.

▶한국국방연구원 세계분쟁DB

http://kida.re.kr/woww

▶아프리카연합

http://www.africa-union.org/en(영문)

▶국제위기그룹(국제분쟁중재민간기구) http://www.intl-crisis-group.org(영문)

▶유엔 평화유지활동 본부 http://www.un.org/Depts/dpko/(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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